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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베트남·태국… 日과 방위 협력은 ‘OK’, 러시아 압박은 ‘글쎄’

입력
2022.05.03 16:33

日총리, 인니·베트남·태국과 정상회담
인니·베트남과 '中안보 위협' 공동전선
우크라이나 사태는 원론적 입장 확인만

지난달 29일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자카르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자카르타=로이터 연합뉴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일본과의 방위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 견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선 일본 측의 요구와 달리 신중한 입장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유지에 신경써온 일본과 현지 각국의 '실리 외교'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3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9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지난 1일에는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연이어 소화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6일까지 앞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이탈리아, 영국 등 5개국 순방 일정을 진행중이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는 '중국발(發) 안보 위협'이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 현안이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역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 관한 한 공동대응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셈이다.

먼저 손을 내민 건 일본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조코위 대통령 및 찐 총리와 "자유롭고 열린 바다를 지키기 위해 협력한다"는 공동성명을 각각 발표한 뒤 양국의 해상 순찰을 도울 일본산 순시선 제공을 약속 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군항 정비를 위한 차관을 지급하고, 베트남군의 사이버 전력 구축도 지원한다. 일본의 선물에 베트남ㆍ인도네시아도 화답했다. 양국은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발생 시 일본을 외교적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일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방콕 정부청사에서 열린 양국 양해각서 체결식을 기념하기 위해 박수를 치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지난 2일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방콕 정부청사에서 열린 양국 양해각서 체결식을 기념하기 위해 박수를 치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태국도 일본과 방위협력을 체결했다. 기시다 총리는 동남아 순방 일정의 마지막으로 전날 방콕을 방문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일본의 방위산업 하드웨어와 기술을 최대한 빨리 태국에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태국은 접경국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등 역내 안보 이슈가 있어 자국 군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위협력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이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동남아 3개국과 일본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통일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했을 뿐,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 등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오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각각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러시아의 외교무대 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입장이다.

당장의 성과는 없었지만 일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현지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나라를 늘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정상회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지난 1일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정상회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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