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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봉쇄로 우크라 곡물 450만톤 항구에 쌓여 있어…"세계 식량위기 유발"

입력
2022.05.03 16:04
수정
2022.05.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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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아조우해 연안 항구 4곳 공식 폐쇄
3월 곡물 수출량, 전쟁 전 20분의 1 수준
WFP "배고픔을 무기로 사용해선 안 돼"

2016년 7월 우크라이나 조브트네베에 있는 한 곡물 창고에 트럭이 싣고 온 보리를 쏟아붓고 있다. 조브트네베=로이터 연합뉴스

2016년 7월 우크라이나 조브트네베에 있는 한 곡물 창고에 트럭이 싣고 온 보리를 쏟아붓고 있다. 조브트네베=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로가 막혀 우크라이나산 곡물 450만 톤이 갈 곳을 잃은 채 항구에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안으로 철도를 이용한 육로 수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존 물량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러시아군 공격에 따른 항구 봉쇄로 곡물 약 450만 톤이 수출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다고 밝혔다. 아조우해와 흑해 등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항구 대부분은 전쟁 발발 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전날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점령한 아조우해 연안의 마리우폴, 베르댠스크, 스카도우스크, 헤르손 항구를 재탈환할 때까지 공식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전 세계 밀 수출의 12%, 보리 수출의 18%를 각각 차지한 농업국으로, 주로 흑해 연안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해로가 막히자 철도로 운송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전 수출 물량을 회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전쟁 한 달 전까지 월 평균 600만 톤에 달했던 곡물 수출량은 3월에는 20분의 1 수준인 30만 톤으로 쪼그라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흑해 항구를 봉쇄하고 선박 운항을 허가하지 않아 곡물 수천만 톤이 손실될 수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완전히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주요 수입국인 이집트와 레바논, 수단 등은 이미 식량 대란을 겪고 있으며, 국제 곡물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실제 세계은행(WB)은 올해 40% 상승이 예상되는 밀 가격을 포함해 전체 곡물 가격이 22.9%나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르틴 프릭 베를린 WFP 국제사무소 소장이 "배고픔을 무기로 사용해선 절대 안 된다"며 세계 식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식량 공급이 재개돼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군이 곡물 창고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2일 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州) 시넬니코베와 루한스크주 루베즈노예에선 곡물 창고 3곳이 폭격당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감독관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루베즈노예에 있는 3만 톤 규모 곡물 저장소가 파괴됐다는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기근을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곡물 창고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농업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곡물을 약탈하고 있다는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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