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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달러어치 농기계에 곡물까지...마구잡이로 훔치는 러시아군

입력
2022.05.02 16:46
수정
2022.05.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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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점령지 멜리토폴에서 농기계·곡물 빼앗아
"일부 농기계 1,100㎞ 떨어진 체첸까지 가져가"
빼앗은 물품 소포로 가족에게 보내는 등 조직적 약탈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의 한 농민이 26일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비해 헬멧을 쓰고 방탄조끼를 입고 트랙터 앞에 서 있다. 자포리자=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의 한 농민이 26일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비해 헬멧을 쓰고 방탄조끼를 입고 트랙터 앞에 서 있다. 자포리자=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농기계와 곡물까지 마구잡이로 훔쳐가고 있다. 보급 문제에 봉착한 러시아군의 약탈이 점점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CNN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멜리토폴에서 한 대에 30만 달러(약 3억7,000만 원)짜리 콤바인 수확기를 비롯해 총 500만 달러 상당의 농기계 장비를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현지 사업가는 CNN에 “러시아군이 두 대의 콤바인 수확기와 트랙터 한 대, 파종기 한 대를 압수한 후에도, 몇 주에 걸쳐 나머지 농기계 27대 모두 빼앗아갔다”고 전했다. 멜리토폴은 러시아군의 침공 직후인 3월 초 함락됐다. 또 “러시아군 내 서로 경쟁하는 집단이 있는데 일부는 아침에 오고, 일부는 저녁에 와 약탈한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훔친 농기계를 군용트럭 등 운송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빼앗은 트럭에 러시아군의 표식인 ‘Z’를 그려 군용트럭으로 바꾼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훔친 농기계를 1,100㎞ 이상 떨어진 체첸공화국까지 가져가기도 했다. 다만 GPS가 부착된 농기계는 원격 잠금 기능이 있어 러시아군이 시동조차 걸 수 없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사업가는 “농기계를 훔친 이들이 콤바인 수확기의 보호장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확기를 해체해 부품 판매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수십만 톤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멜리토폴 내 곡식 저장소도 약탈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군이 현지 농민에게 수익을 반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면서 곡물 운반을 강요하고 있다”며 “현지 농민들이 곡물용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추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일부 곡물을 약탈해 크림반도 지역으로 이송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퇴각하면서도 민가에서 식품부터 가전제품과 가구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대로 약탈했다. 심지어 이렇게 약탈한 물건을 러시아의 가족들에게 소포로 보내기도 했다. 러시아는 앞서 멜리토폴 박물관에선 고대 스키타이 제국 시절 황금 유물을 비롯해 금 접시, 300년 된 은화 등 최소 198개 소장품을 빼앗았다.

점령지에서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빼앗고 있어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러시아군이 민가에서 절도를 하는 것도 모자라 농기계와 곡물 등을 훔친다는 것은 러시아군이 보다 조직적으로 약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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