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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된 러시아 '군사강국' 명성… 전승행사 축소에 역대급 장성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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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군사대국’이라던 러시아의 명성은 누더기가 됐다. 막대한 전력 손실 탓에 매년 ‘군사굴기’를 과시해 온 전승절 열병식은 축소가 불가피해졌고, 현대 전쟁사(史)에 전례 없는 역대급 장성 사망 기록도 새로 쓰게 됐다. 전열을 정비하고 우크라이나 동ㆍ남부 총공세에 나섰지만, 영토 점령은커녕 되레 군사적 무능만 드러내는 분위기다.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 꺼내 든 카드는 또 핵 위협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의 대규모 전력 손실이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 열병식엔 러시아 군용 차량이 약 130대 동원되는데, 지난해(191대)보다 60대가량 줄어든 규모다. 최신 개량형 전차 ‘T-80BVM’, 대공방어체계 ‘판치르-S’, 열압력탄 발사가 가능한 다연장 로켓발사대 ‘TOS-1’ 등 러시아가 과시해온 잔혹한 무기들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참가 병력도 작년보다 2,000명 줄어든 1만 명 수준에 머물고, 해외 정상들도 불참한다.
전승절은 구소련이 나치 독일에게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간 러시아는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최신 무기를 총동원했다. 하지만 올해 열병식은 과거의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얘기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러시아군을 급속히 약화시킨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 지금까지 자국군이 러시아 탱크 1,000여 대와 항공기 200여 대, 장갑차 2,500여 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전사자 역시 2만3,000명으로 추정한다.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지만, 예상 밖 고전으로 핵심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파괴되고 병사 수도 줄면서 과거와 같은 화려한 행사를 치를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군의 무능과 사기저하를 보여주는 신호는 잇따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전쟁을 계획한 인물 중 한 명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 동부 이지움을 찾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에 파편 부상을 입고 황급히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주로 모스크바에서 전술을 지휘하는 러시아군 최고위 인사가 연일 포격이 이어지는 최전방을 찾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그가 적의 공격에 부상하는 굴욕까지 당한 것이다. 보안 실패 등 러시아군의 무능만 또다시 확인됐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제임스 스타브리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미 WABC방송 인터뷰에서 “두 달간 러시아군 장성 최소 12명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장군의 죽음만 보면 현대사에서 전례 없는 일로 러시아군 무능이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해 러시아군에 더욱 굴욕을 안겼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 부대의 4분의 1 이상이 ‘전투력 상실’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한 군사력을 갖췄다는 러시아군의 ‘실체’를 드러냈다.
밑천이 드러난 러시아는 더욱 발끈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야1은 전날 러시아가 유럽 주요 국가들에 핵 타격을 가하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하면서 위기를 고조시켰다. 러시아가 발트해 연안 도시 칼리닌그라드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독일 베를린에 106초, 프랑스 파리에 200초, 영국 런던에 20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세에 몰릴 경우 언제든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재차 위협한 셈이다. 러시아군은 2일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포탄을 쏟아부었다. 전날 침공 이후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휴전이 성사돼 민간인 100명이 탈출한 것이 무색하게,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이 재개된 것이다. 제철소 안에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 500여 명과 민간인 수백 명이 남아 있다. 굴욕당한 러시아군의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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