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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인구구조 바꿀 수도"

입력
2022.05.01 09:14
수정
2022.05.01 15:5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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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주간 이코노미스트 분석
"피란민, 동유럽에 자리 잡으면 노동가능 인구 증가"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를 떠나 인접국 몰도바로 피란하는 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피란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팔란카(몰도바)=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12일 우크라이나를 떠나 인접국 몰도바로 피란하는 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피란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팔란카(몰도바)=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의 인구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을 피해 인접 유럽 국가로 피란하면서 동유럽 일부 국가가 인구 순유출국에서 유입국으로 바뀔 수 있으며, 피란민들이 정착하는 경우 노동 가능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여성 및 어린이가 빠져나간 우크라이나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경제 전문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개월여 만에 53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인접 동유럽 국가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피란민 규모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약 4,400만 명)의 약 12%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는 인구 순유출국에서 유입국이 되는 ‘분수령’을 맞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가운데 폴란드가 절반 이상을 받아들였으며, 헝가리도 50만 명 이상을 수용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인구는 몇 주 사이 17% 늘어났다. 150만 명가량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더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추정도 있다.

동유럽권은 일자리를 찾으러 해외로 인구가 빠져나가 일할 수 있는 젊은층 인구가 부족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체류국에서 그대로 정착하기로 한다면 해당 국가의 평균 연령이 낮아져 노동 가능 인구가 늘어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발령한 총동원령으로 16~60세 우크라이나 남성의 출국이 금지된 만큼 피란민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로, 해당 국가의 성비 역시 변화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전쟁이 얼마나 더 지속되는지, 또 우크라이나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인구 구조 변화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앞서 1999년 코소보 전쟁은 78일 만에 끝나면서 피란민이 신속히 귀국했다. 반면 1992∼1995년 이어진 보스니아 전쟁 때는 피란민 상당수가 돌아가지 않으면서 전쟁 전 400만 명이었던 보스니아 인구가 현재 320만 명 이하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길어진다면 우크라이나발 대규모 피란민이 나라를 떠나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또 이번 침공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으며 이는 향후 우크라이나의 출산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기대수명 역시 급감할 전망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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