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 사건 '후폭풍'...손태승 회장도 영향?

입력
2022.04.29 18:45
수정
2022.04.29 20:3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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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국민·조흥은행 850억 횡령 이후 최대
중징계 받으면 손 회장 경영 행보에 차질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 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28일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수시 검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 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28일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수시 검사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소송에서 승리해 3연임 도전 발판을 마련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600억 원대 초대형 횡령 사고'라는 복병을 만났다. 향후 금융당국이 횡령 사건을 두고 내릴 제재 수준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부터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해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가장 높은 수준의 고객 보호를 요구받는 1금융권에서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한 점을 감안해 빠른 속도로 사태 파악에 나섰다.

통상 금융권 횡령 사고액이 많아야 수십억 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614억 원의 횡령액 규모는 지난 2005년 7월 850억 원을 빼돌렸던 국민·조흥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사건 이후 최대다.

국민·조흥은행 CD 사건은 친구 사이였던 국민은행, 조흥은행 직원 2명이 CD를 위조해 진품을 가로챈 후 사채시장에서 현금화했다가 덜미를 잡힌 일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경징계를 받은 반면,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한 중징계(문책 경고)를 받아 사실상 퇴출당했다. 최동수 행장은 다른 사안으로 내려진 처분을 고려해 징계 수위가 강했다.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우리은행 횡령 사고의 주요 원인이 내부 통제 미흡으로 판단되면 제재는 손 회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 직원이 돈을 빼돌린 2012년, 2015년, 2018년에 은행장을 맡았으면서 현직인 사람은 손 회장뿐이기 때문이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이날 "(우리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주의 업무를 게을리했다면 사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 제재 여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수뇌부 제재 가능성을 열어놨다.

만약 손 회장이 2005년의 최동수 행장처럼 중징계를 받으면 내년 3월 우리금융그룹 회장 임기 만료 이후 3연임에 나설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손 회장 징계 수위가 경징계에 그치거나 내부 통제 미흡의 책임을 실무자인 담당 임원에게 물으면 3연임 도전은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책임이 손 회장에게까지 향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징계 여부에 따라 DLF 소송처럼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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