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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무기화에 격앙된 유럽…獨 중화기 지원, 英 병력 8,000명 유럽 파병

입력
2022.04.29 17:33
수정
2022.04.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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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연방 하원 '우크라이나 중화기 지원' 결의안 가결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반대했던 독, 입장 선회
英 비나토국 핀란드·스웨덴과 합동 군사훈련
나토 사무총장 "우크라에 현대식 무기 지원할 것"

독일 하원 의원들이 28일 열린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중화기 지원 결의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독일 하원 의원들이 28일 열린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중화기 지원 결의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에너지 공급 중단’과 ‘전광석화 같은 보복’ 등 행동과 언사로 서방을 위협하는 러시아에 맞서, 유럽 국가들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소극적 지원에 그쳤던 독일은 중화기 무기 지원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동참 등 입장을 전격 선회했다. 영국은 동유럽에 병력 8,000명을 투입해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키로 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유럽 전역의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하원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 결의안을 찬성 568표, 반대 100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소련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경우 독일이 해당국에 탱크를 제공하는 ‘순번교환제’ 등이 포함됐다. 독일은 26일 자국산 장갑대공포 50대를 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원은 이날 결의안을 통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장비 공급을 계속하되 그 속도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군의 장갑대공포가 독일 북부 토덴도르프 군사기지에서 훈련 중 공중 목표물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토덴도르프=AFP 연합뉴스

독일군의 장갑대공포가 독일 북부 토덴도르프 군사기지에서 훈련 중 공중 목표물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토덴도르프=AFP 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또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전체의 40%인 독일은 그동안 EU의 금수 조치에 반대해 왔지만 폴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원유를 들여오기로 합의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EU는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결정한다. WSJ는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 중단 조치를 하면서 다음 차례는 독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독일 정부의 입장이 오히려 강경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미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에 나선 영국은 무기 지원에 그치지 않고 병력 8,000여 명을 동유럽 전역에 파병,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로 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화된 계획에 따라 올여름 핀란드에서 북마케도니아에 이르는 동유럽 전역에 걸쳐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한다”며 “나토 회원국은 물론 핀란드, 스웨덴 병력 등 수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나토 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반러시아 연대 몸집을 키운다는 의미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훈련은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나토와 동맹국들의 연대와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특히 이날 파병 소식은 우크라이나에서 의용군으로 참전한 영국인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은 실종됐다는 보도와 맞물리면서 러시아를 향한 영국의 분노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향한 경제적, 군사적 지원과 대러 제재 강화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도록 최대한 압박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소련제 무기를 현대식 무기로 전환하는 데 나토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서방)의 전쟁이며 모두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앞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외부 세력이 개입할 경우 전광석화처럼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하자 서방 국가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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