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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 건물 폭격…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 가능성

입력
2022.04.26 16:20
수정
2022.04.26 16: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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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스폴서 수차례 폭발…배후 확인 안돼
친러 반군 점령지이자 러시아군 주둔지
러, 지난 22일 몰도바로 진격 의사 밝혀

25일 몰도바의 자칭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는 이날 오후 5시쯤 티라스폴에 위치한 국가 보안부 건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 텔레그램

25일 몰도바의 자칭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는 이날 오후 5시쯤 티라스폴에 위치한 국가 보안부 건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 텔레그램

우크라이나와 남서부 국경을 접한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정부 건물이 공격당했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몰도바까지 넘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했다고 주장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내에서 친러 반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목적이었던 동부 돈바스 해방처럼 러시아가 이곳까지 손아귀에 넣기 위해 ‘가짜 깃발’ 작전을 펼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이날 오후 5시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칭 '수도' 티라스폴의 국가보안부 건물에 로켓추진유탄을 사용한 공격이 수차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이 공개한 사진에는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 앞 도로에 유탄 발사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아직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공격이 러시아의 "계획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페이스북 성명에서 공격 배후로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을 지목하며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기 위해 FSB가 계획한 여러 도발 행위 중 하나"라고 적시했다. 친러 성향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도부가 며칠 전부터 건물에 벙커를 설치하려는 듯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소식도 전했다.

몰도바 정부도 우회적으로 러시아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 사건의 목표는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안보 긴장을 높이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이 최근 러시아가 밝힌 우크라이나 침공 목표 변경과 맞물리면서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앞서 22일 루스탐 민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군관부 부사령관은 "(우크라이나 남부) 장악은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가는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을 발판 삼아 몰도바까지 진군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리 독립을 선언, 1992년 몰도바와 전쟁을 거쳐 친러 성향 반군이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러시아군 1,500여 명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몰도바의 영토이며 국제사회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상 ‘몰도바의 돈바스’인 셈이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본국으로의 확전을 우려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니쿠 포페스쿠 몰도바 외무장관은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장 취약한 우크라이나 이웃국 중 하나"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몰도바가 지금의 정치·사회·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토로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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