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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디니스타를 사랑한 미국 청년

입력
2022.04.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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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벤 린더

이란-콘트라 스캔들 와중이던 1987년 콘트라반군에게 살해된 벤 린더. zinnedproject.org

이란-콘트라 스캔들 와중이던 1987년 콘트라반군에게 살해된 벤 린더. zinnedproject.org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가 호메이니 체제의 이란에 비밀리에 무기를 팔아 그 돈으로 니카라과 반군 콘트라(Contra)를 지원한 사건이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다. 1986년 11월 레바논의 한 신문이 이 사실을 처음 폭로했고, 레이건 대통령은 ‘전략의 일환’이라 해명했다. 레이건은 탄핵 위기에 몰렸고 미 의회 특별검사는 1988년 올리버 노스 등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행정부의 정보공개 거부 등 조직적 은폐로 사건 전모는 묻혔다.

미국이 적국 이란에 무기를 공급한 표면적 이유는 당시 억류돼 있던 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면의 목적은 1979년 니카라과혁명으로 집권한 좌파 산디니스타 정권을 무너뜨리는 거였다. 미국은 좌파정권에 대한 경제 제재와 별도로 콘트라에게 자금과 무기, 군사훈련 등 막대한 자원을 제공했다.

1987년 4월 28일, 니카라과 북부 엘쿠아(El Cua)에서 미국인인 만 27세 댐 기술자 벤 린더(Ben Linder)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그는 콘트라의 수류탄 공격으로 쓰러진 뒤 처형 방식으로 머리에 총을 맞았다. 레이건 정부의 ‘더러운 전략’에 대한 미 의회와 시민들의 분노는 증폭됐다.

워싱턴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린더는 1983년 니카라과로 건너가 소규모 수력댐을 지어 전기를 공급하는 일로 혁명정부를 도왔고, 쉴 때는 취미로 익힌 저글링 등 묘기로 오지 아이들과 놀며 공부를 가르쳤고, 의료봉사단체를 도와 백신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그는 현지인 두 명과 소규모 수력 댐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반군 공격을 받았다.

사건 직후 미 백악관 대변인은 “유해한 환경에 스스로를 방치"한 린더에게 책임을 돌렸고, 린더의 어머니는 아들이 “시민의 안녕을 최우선시하는 정부가 존재하는 나라에서 그들을 돕는 걸 무한히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 관련자들은 레이건 정부 부통령이던 조지 H.W 부시 후임 정부에 의해 1992년 전원 사면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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