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로 속속 돌아오는 서방 대사관… 英 재개관·캐나다 검토 중

입력
2022.04.23 17:08
수정
2022.04.23 19:04
구독

21개 나라 키이우 대사관 복귀… 美 심사숙고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교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교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을 일시 폐쇄했던 서방 국가들이 속속 수도 키이우로 돌아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이달 초 키이우 일대와 북부 지역에서 철수한 이후 키이우가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대사관 복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굳건한 지지 표명이기도 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인도 방문 중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주에 키이우 대사관을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탁월한 강인함으로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영국은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1월 말~2월 초 키이우 대사관에서 인력을 철수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 지난 2개월간 외교 업무를 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키이우로 대사관을 복귀시키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영국에 감사하다”며 “이것은 우리가 죽음보다 삶의 승리를 믿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캐나다도 키이우 대사관 재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관 재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제스처이자 캐나다 국민을 위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의 방편이기도 하다”며 “안전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방문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도 “우리는 공관 재개 문제에 관해 우크라이나 측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방미 중인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를 만난 사실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키이우 주재 외국 공관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전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아직 복귀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슈미갈 총리는 방미 일정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사관 재개관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이 곧 대사관을 다시 열겠지만 아직 기다려야 한다”며 “언제가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키이우로 대사관을 복귀시켰거나 복귀 의사를 밝힌 나라는 영국을 포함해 현재 21개국이다.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터키, 슬로베니아, 몰도바, 조지아, 이란,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다. 폴란드와 교황청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키이우에서 대사관을 철수하지 않고 계속 외교 업무를 수행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국가의 대사관 복귀를 두고 “침략자에게 보내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표향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