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호출해도 안 잡혀"… 심야 '택시대란' 해결책 나올까?

입력
2022.04.26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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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법인택시 기사 20% 감소
플랫폼 업계, '수락률 제고' 노력에도
공급 부족에 택시대란 계속될 듯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다음날인 1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다음날인 1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최모(32)씨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에서 가진 회식 이후 돌아가는 귀갓길 에서 택시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카카오T 응용소프트웨어(앱)로 자택인 노원구까지 가는 택시를 호출했지만 1시간 넘게 허탕만 쳤다. 최씨는 "그래도 장거리여서 빨리 잡힐 줄 알았는데 '호출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나왔다"며 "길가에 드문드문 보이는 택시도 전부 '예약' 표시등이 켜져 있어 두 시간 가까이 길가에 서 있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벌어진 심야시간대 귀갓길 '택시대란'에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기술 혁신에도,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서 빚어진 택시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법인택시, 코로나19 전보다 20% 넘게 감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이 어플로 택시 호출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이 어플로 택시 호출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 수는 23만9,434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년 전(26만1,634대)보다 8.4% 줄었다. 개인택시 기사 수는 이전과 유사하지만, 일반택시(법인택시) 종사자는 같은 기간 9만6,709명에서 7만4,754명으로 22.7% 급감했다.

특히 서울 지역 내 택시의 감소세가 눈에 띈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는 2020년 2월 2만9,203명에서 올해 2월 2만709명으로, 2년 만에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수요가 급증하는 심야 시간의 경우에는 등록된 기사 숫자에 비해 실제 운행하는 택시가 더 감소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도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긴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승객 호출 폭증에 대비해 택시대란이 주로 일어나는 서울 지역 기사들에게 '수요 급증에 따른 운행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피크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수요가 많은 지역의 정보를 택시기사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카카오T 블루를 비롯해 블랙과 벤티 등 가맹택시 기사들과 유료 서비스인 프로멤버십 이용 기사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실시간 수요지도’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타다의 운영사인 VCNC에선 피크시간대 운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바로 배차'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선 드라이버가 목적지를 알 수 없게 설계, 수락률을 높여준다. VCNC는 현재 400대 수준인 타다를 연내 1,500대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락률 낮으면 '일주일 운행 금지'... 미스매치 해결 나선 글로벌 플랫폼들

미국 차량호출서비스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차량호출서비스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 로이터 연합뉴스

이처럼 택시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발생한 간극(미스매치) 해결은 국내외 모빌리티 플랫폼들의 오랜 과제였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이미 수년간 쌓아 온 데이터와 연구, 노하우를 통해 고유의 배차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버는 단순히 택시를 호출한 승객과 가장 근거리에 있는 기사를 배차하지 않고 다양한 변수까지 고려한 '효율적 배차'에 주력한다. 목적지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추가 호출한 승객이 있는지 여부, 승객의 대기 시간, 주위 사물의 영향, 운행 단축 가능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이용자 편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락률' 제고에 올인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그랩은 기사들의 최저 수락률 기준을 30%로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첫 번째는 '경고', 두 번째는 '일주일간 운행 금지' 등의 페널티까지 적용한다. 우버는 운행 기사들에게 80% 이상의 수락률을 요구한다. 기사의 수락률을 모니터링해 개선되지 않으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앱에서 강제로 '로그오프'까지 시킨 사례도 있다. 미국 2위 업체인 리프트도 배차에 기사 평점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배차 시스템까지 공개했지만... "절대적 공급 부족"

카카오T의 배차 과정.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T의 배차 과정.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국내 플랫폼들도 시장 상황에 적합한 배차 시스템 개발과 운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일 사실상 영업비밀인 자사 배차 시스템과 알고리즘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예상도착시간(ETA) 기반 배차 방식이 가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평균 수락률 △목적지별 수락률 △평점 등 30여 가지 변수를 고려하는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함께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배차 방식을 사용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이를 통해 승객에게 빠르게 도착 가능하면서 콜을 수락할 확률이 높은 기사에게 먼저 콜 카드를 발송, 수락률을 높이는 동시에 승객의 대기시간도 줄일 수 있다. 수락률과 평점 높은 기사들이 콜을 먼저 받고, 승객들은 신속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기본적으로 피크시간대 택시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경우, 당분간 택시 대란은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서울시가 심야시간(오후 9시~오전 9시)에만 운영 중인 전용 택시 공급을 늘리고 개인택시를 심야전용으로 전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라 잡기와 단거리 운행 회피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기사의 낮은 처우에 따른 기피업종이라는 근본적 원인에서 기인한다"며 "정부와 택시업계, 플랫폼이 서로 싸우기보다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며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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