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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친서 교환, 새 정부 대화 재개 이어져야

입력
2022.04.23 04:30
23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지막 친서를 교환했다.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20일 인사를 겸해 친서를 보내자, 김 위원장은 다음날 화답 친서를 보내왔다. 덕담과 아쉬움으로 채워진 친서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남북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협력에 임해달라”고 대화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역사적 선언과 합의는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수뇌가 변함없이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고강도 도발이 우려되는 때 김 위원장이 새 정부에 긍정적 신호를 발신한 것은 일단 다행스럽다. 북한이 22일 친서 내용을 먼저 공개한 배경 또한 새 정부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것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듣기를 바라는 내용도 제법 있다”고 나쁘지 않게 평가했다.

사실 김 위원장이 올해 13차례 도발을 감행하고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김 위원장은 2020년에도 온건한 친서로 기대를 높인 뒤 실망만 안겨준 전례가 없지 않다. 이번 발언 역시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지금 북한은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5월 상순에는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핵실험이 탄두 소형화를 과시하면서 신정부 출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기와 겹친다면 그 파장은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김 위원장이 꺼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새 정부 노력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친서교환에서 확인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대화로 풀어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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