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러, 104년 만의 국가부도 눈앞

입력
2022.04.22 05:00
17면
구독

내달 4일까지 달러 상환 못하면 최종 부도
디폴트 가능성 2월 5%→ 4월 93%로 급등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환전소에 달러와 루블화가 표시돼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환전소에 달러와 루블화가 표시돼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채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 것을 두고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 감독 기구가 채무 상환 의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리면서다. 다음 달 4일까지 달러화로 이자를 갚지 못하면 104년 만의 국가 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CDS계약을 감독하는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는 이달 6일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 2건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 것을 ‘상환 실패’로 규정했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채무 변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당시 러시아가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정부가 자국 은행을 통한 러시아의 달러채 상환을 막은 탓이다. 당시 러시아 재무부는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를 통해 채권단에 6억4,900만 달러(약 8,000억 원) 규모의 이자를 송금하려 했지만 이를 미 재무부가 승인하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은 러시아로부터 국채 이자를 받아 은행 등 채권자에게 직접 분배할 대리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CDDC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달러로 이자를 갚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곧바로 CDS가 발동된다. CDS는 채권이 부도 나면 금융회사로부터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이다. JP모건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CDS는 약 45억 달러(약 5조6,000억 원) 규모다.

2주 안에 JP모건이 아닌 대체 지불 경로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국가 부도’는 현실이 된다는 얘기다. 러시아가 대외채무에 의해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볼셰비키 혁명 이듬해인 1918년 이후 104년 만이다. 이날 ICE 데이터서비스가 내놓은 러시아 국채 CDS 프리미엄 자료를 보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93%다. 지난 2월 초(5%)와 3월 초(40%) 수치에서 대폭 높아졌다.

허경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