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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마리우폴 대피 '무조건 협상' 제안… 美 "부차보다 상황 심각할 수도"

입력
2022.04.21 08:29
수정
2022.04.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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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민간인 구출 위해 현장서 직접 협상 준비"
블링컨, "대피, 우크라에게 매우 어려운 짐 될 것"

1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한 시민이 폐허가 된 아파트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19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한 시민이 폐허가 된 아파트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가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남은 자국군과 민간인 대피를 위한 ‘조건 없는 협상’을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 이 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외부와 고립된 채 최후의 항전을 벌이는 가운데, 대규모 잔혹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에 “마리우폴에서 특별 협상을 하자”고 요구했다. 그는 “아조프 연대와 군대, 민간인, 어린이, 생존자와 부상자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목적을 설명했다.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참여하는 데이비드 아라카미아 우크라이나 대표단 수석협상가 역시 “마리우폴에 있는 우크라이나 방어군과의 대화 중, 현장에서 수비대 구출에 대한 직접 협상을 열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우리로서는 러시아 측의 확답을 받는 대로 언제라도 (마리우폴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아조프 연대와 우크라이나 해병대가 50일 넘게 결사 항전을 펼쳐왔지만, 보급이 끊겨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이들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마지막 거점으로 저항 중이다. 이 곳에는 우크라이나군 2,500명과 민간인 1,0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철소에 있는 우크라이나 해병대 지휘관 세르히 볼랴나는 전날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이 것이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애원한다. 우리를 구출해 제3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마리우폴에서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보다 더 심각한 잔혹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파나마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몇 주 전 러시아군이 물러난 부차에서 죽음과 파괴, 잔혹행위를 목격했다”며 “이 같은 흐름을 마리우폴에서 목도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우폴의 민간인 대피통로 개설을 두고는 “인도주의 통로가 안전한지는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내려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모든 평가와 예측을 제공하며 돕겠지만, 대피는 결국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매우 어려운 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피 도중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 이날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가 계획돼 있었지만, 러시아군이 포격을 멈추지 않으면서 무산됐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장했다. 이리나 베레슈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인도주의적 피난로의 대피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러시아군이 피난에 필요한 정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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