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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동상 재건한 러시아, 우크라 추모비는 깨버렸다

입력
2022.04.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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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 트위터 캡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의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러시아의 전신 소련의 국부 격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헤르손주 의회 건물 앞에 세우며 러시아 국기까지 게양했다.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은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니체스크시에 레닌 동상을 세웠다. 헤니체스크는 크림반도 국경 북부의 헤르손주 아조우해에 위치한다. 프라낙 비아코르카 벨라루스 야권 정치인은 이날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지역에 레닌 기념비를 세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지역 의회 건물 앞에 세워진 레닌 동상과 건물 옥상에 걸린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레닌은 옛 소련을 건국한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가다. 헤니첸스크 시의회는 앞서 7년 전 정부 청사 외부에 설치됐던 레닌 동상을 철거했다. 이 지역에서 레닌 동상이 있는 마지막 도시 중 하나였다.

유리 소볼레브스키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지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이 동상이 철거 이후 새로 세워진 것임을 확인했다. 소볼레브스키 의원은 그러면서 동상을 설치한 이들을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악한 괴물 ‘오크’에 비유했다. “헤르손 지역 오크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소련으로 돌아가는 쇼가 계속되고 있다”면서다. 또 “붉은 깃발과 옛 소련 시대의 기념물은 심각한 반대 의견의 억압을 배경으로 한다"며 "그들(동상 설치자)은 동기가 투명한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친 러시아 정치인들을 심으면서 우크라이나 국가기관들을 해체하고 반대자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WSJ는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지역정부 청사에 본부를 설치하고 2014년 반(反)정부 시위 당시 목숨을 잃었던 우크라이나인 100명을 추모하는 기념비를 철거했다고도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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