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쟁의 부활절… 너무 많은 피와 폭력 목도”

입력
2022.04.17 23:49
수정
2022.04.1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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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평화 염원… 유럽에 난민 포용 호소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1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1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전쟁의 부활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를 간절히 염원했다. 우크라이나를 피로 물들인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도 호소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교황은 부활절인 17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전하는 부활절 강복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피와 폭력을 보았고 마음은 두려움과 고뇌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 두 눈은 믿을 수 없는 전쟁의 부활절을 목도하고 있다”고 비통해했다.

교황은 또 “우크라이나는 잔인하고 무의미한 전쟁의 폭력과 파괴로 극심한 시련을 겪고 있다”며 암묵적으로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어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자”며 “각국 지도자들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고통과 죽음의 끔찍한 밤에 희망의 새 여명이 곧 밝을 수 있기를,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며 두 손을 모았다.

교황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감정에 북받쳐 간간이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수많은 희생자, 수백만 명에 이르는 난민과 국내 실향민, 이산가족, 홀로 남겨진 노인, 산산조각난 삶과 황폐해진 도시, 전쟁에서 도망치는 고아들의 얼굴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며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유럽 전역은 이민자와 난민을 위해 공동체의 문을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바티칸 공보실에 따르면 이날 성 베드로 광장 등에서 열린 부활절 강복에는 신도 10만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러시아군에 억류됐다가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이반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멜리토폴 시장과 우크라이나 국회의원들도 참석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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