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키이우 미사일 공격 강화

입력
2022.04.15 18:52
수정
2022.04.16 00: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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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 해군력 상징...대함미사일 16기 장착
"미 항모 조지워싱턴호 침몰과 맞먹는 수준의 충격"
러 "영토 공격에 대한 보복" 주장...키이우 공격 재개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호'. AP 연합뉴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호'.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에서 러시아 흑해함대를 이끌던 기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면서 전황이 급박해지고 있다. 사기와 명성에 치명타를 입은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전함을 잃은 러시아군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동부 지역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탄약 폭발 후 화재로 선체 손상을 입은 모스크바호를 목적지 항구로 예인하던 중 태풍을 만나 균형을 잃은 기함이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이 모스크바호를 명중해 전함을 파괴했다고 주장한 데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미사일이나 그 이상의 무기로 모스크바호를 공격했다는 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가능한 설명이다”고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미 국방부는 또 모스크바호 침몰 이후 흑해에 있던 러시아 군함 5척이 추가 공격을 피해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더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흑해 해군력의 상징이었던 모스크바호의 침몰로 러시아군의 해상 작전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침몰한 모스크바호는 길이 186.4m, 폭 21m, 만재 배수량이 1만1,490톤인 대형 함선으로 흑해에서 활동하던 가장 큰 군함이다. 승조원 5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으며, 사거리 700㎞ 이상인 벌컨 미사일 발사대 16기가 탑재돼 있었으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는 “군함은 떠다니는 국가의 영토”라며 “군함을 잃는 것은 군 자산뿐 아니라 정치적ㆍ상징적 메시지가 크다”고 말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연합군 최고사령관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 해군 항모 조지워싱턴호가 태평양 바닥에 가라앉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충격일 것”이라며 “침몰 원인에 관계없이 러시아 해군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한 마을에서 14일 경찰들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보흐다니우카=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한 마을에서 14일 경찰들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보흐다니우카=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의 한 주민이 지난달 13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이르핀=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의 한 주민이 지난달 13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이르핀=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즉각 키이우 공습을 재개했다. 모스크바호가 화재로 인한 침몰이 아닌 미사일 공격에 따른 파괴에 대한 보복으로 비친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오늘 오전 해상 발사 장거리 정밀 미사일 ‘칼리브르’로 키이우 외곽의 군사시설을 타격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성 공격과 파괴공작을 수행하는 데 대한 보복으로 키이우에 대한 미사일 공격 횟수와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격을 받은 키이우 외곽의 비자르 공장은 모스코바호를 격침한 것으로 추정되는 '넵튠' 미사일을 생산하는 곳이다. 전날 밤 키이우 외곽 바실키우 공군기지 인근에서도 폭발음이 이어졌다.

돈바스 등 동부 지역에 대한 공세도 계속됐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군 행정위원장은 이날 “인도주의적 통로가 개방됐지만 러시아군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최소 2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동부 하르키우에선 하루 사이 30차례가 넘는 폭격이 이어졌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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