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함 폭발…우크라 선전 뒤 8년간 나토 군사훈련 있었다

입력
2022.04.14 18: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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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군-나토 군사훈련
소련식 경직 지휘 체계→현장 위주 소규모 부대 편제
러시아 주력 전투함 폭발...우크라군 공격 적중했나
'함락 위기' 마리우폴 우크라군 1,026명 항복설
동부 전선 옮긴 우크라에 서방 무기지원 강화해야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7일 러시아 해군의 흑해함대를 이끄는 순양함인 모스크바함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맥사 테크놀로지·CNN 캡처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7일 러시아 해군의 흑해함대를 이끄는 순양함인 모스크바함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맥사 테크놀로지·CNN 캡처

“이번 전쟁으로 수년에 걸친 지원이 의미 있는 영향을 줬다는 것이 증명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은 50일째 러시아군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이같이 평가했다. 개전 초기 압도적 전력을 앞세운 러시아에 굴복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에는 나토의 물심양면 지원이 큰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토와 군사훈련을 진행해왔다. 미국과 영국 등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8년간 매년 1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기량과 전술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 소련의 영향을 받은 경직된 지휘 체계를 벗고 현장에서 유연한 판단을 우선시하는 소규모 부대 편제방식을 택했다. 또 나토 자문관들은 정보, 보급, 민간 통제 등 전투능력 외 전술도 전수했다. 전투경험이 많은 군인이 최고 사령부와 일선 현장 간 연결을 담당하는 중간 계급도 도입했다. 전투 목적에 따라 임무를 유연하게 바꾸는 ‘임무 명령’ 방식도 적용했다.

훈련은 실전에서 통했다. 중앙에서 전달된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러시아군은 현장 판단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전술을 잘 알고 있어 훈련의 효율성이 더 높았다. 러시아군에 비해 전력이 크게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나토의 정보전과 첩보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역시 군사훈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과 나토 간 친숙한 소통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12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에 마련된 참호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12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북동부 하르키우 인근에 마련된 참호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동부로 전선이 옮겨 가면서 양측 전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러시아는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야전사령관을 처음으로 임명하고 동부 지역과 가까운 러시아 본토와 흑해 등에서 무차별 로켓포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우크라이나군도 이에 대응해 방공망을 강화하고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지점을 타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러시아 해군의 흑해함대를 이끄는 순양함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이 러시아 해군의 모스크바함에 적중했다”며 “이번 공격은 군함에 큰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함은 러시아 해군의 주력 전투함이다. 길이 187m에 만재배수량 1만1,490톤급으로 500명 이상이 승선할 수 있다. 모스크바함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남단 근처의 즈미니섬 공격에도 투입됐다. 당시 즈미니섬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무전으로 투항을 요구했지만, 이들이 “러시아 군함은 꺼져”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함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에 실려 있던 탄약이 폭발해 전함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며 폭침에 선을 그었다.


러시아 국영TV가 13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붙잡힌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1,026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항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국영TV가 13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붙잡힌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1,026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항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고전하고는 있지만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군도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병력을 충원하고 최첨단 무기를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1,026명의 우크라이나 해병대가 항복해 포로가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마리우폴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36해병여단은 11일 페이스북에 “전쟁 발발 이후 47일간 마리우폴을 지켰지만 오늘이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다”며 “탄약이 바닥나 우리 중 일부는 죽고, 나머지는 포로가 될 것”이라고 상황을 전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며 “36해병여단 수백 명이 아조프 연대에 합류하는 특수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주장했다.

나토 등이 더 적극적으로 무기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의 말을 인용해 “서방이 지원하는 미그(MIG)-29 구식 전투기로는 최첨단 전투기를 보유한 러시아군을 상대할 수 없다”며 “미국의 F-16 전투기를 지원해준다면 사용법을 익혀 빠른 시간 내 확실한 공중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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