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학살 피해 부차 현장 조사… “우크라 자체가 범죄 현장”

카림 칸 검사장 "러군 범죄 혐의 증거 있다"

카림 칸(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이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를 방문해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를 다루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민간인 대량 학살 의혹이 제기된 우크라이나 외곽 도시 부차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부차를 둘러본 뒤 “우크라이나는 그 자체로 범죄 현장”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우리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퇴각한 이후 부차를 비롯해 키이우 인근 도시들에서는 도로와 주택가 곳곳에서 민간인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 양손이 묶인 채 머리에 총을 맞은 시신, 자전거에 탄 채로 고꾸라진 시신 등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에 전 세계가 공분했다. 한 교회 공터에는 시신 수십 구가 집단 매장되기도 했다. 부차에서만 시신 403구가 확인됐다.

칸 검사장은 “진실에 도달하려면 전쟁의 안개를 뚫고 나아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ICC 법의학 조사팀이 진실과 허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작업할 것이며 열린 마음으로 증거를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칸 검사장은 키이우에서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도 만났다. 최근 우크라이나 검찰은 수복한 도시들을 조사하고 집단 매장지에서 시신을 발굴해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ㆍ분석하고 있다. ICC는 “칸 검사장과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러시아군이 자행한 국제범죄를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