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진짜 화학무기 썼나… 전문가들 “회의적”

입력
2022.04.13 14:07
수정
2022.04.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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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등으로 인한 화학반응일 가능성" 거론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동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시가지에 12일 러시아군 차량이 군인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 마리우폴=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동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시가지에 12일 러시아군 차량이 군인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다. 마리우폴=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데다 교전도 벌어지고 있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지금까지 마리우폴 민간인들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부상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화학무기 전문가 등은 회의적인 반응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앞서 전날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아조프 연대의 안드리 빌레츠키 사령관은 “세 사람이 화학물질 중독 증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아조프 연대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화학무기 사용 정황은 “연기에서 단맛이 났다” “걸을 수 없다” “숨쉬기가 힘들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가디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초기 보고서를 인용해 피해자들이 호흡 부전 및 전정 불안 증후군을 겪었다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 증상만으로 화학무기 사용을 단정지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신경작용제 전문가인 댄 카제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점을 전제로 “초기 보고서에 전문 의학 용어가 사용된 점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공격이라는 확신을 심으려 누군가가 전문용어를 집어넣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마리우폴 도심에는 재래식 무기나 화재 등으로 화학적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폭격이나 폭발로 인해 예상치 못한 화학반응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엘리엇 히긴스 탐사저널리즘 매체 ‘벨링캣’ 설립자도 가디언에 “(피해자들의) 증상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신경작용제로 인한 반응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결과는 조사가 이뤄져야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가디언은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된 상태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조사가 사실상 어렵다며 “추가 정보가 더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중요하지 않은 사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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