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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군, 마리우폴에 화학무기 사용 의혹… 나토 참전 경고한 ‘레드라인’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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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직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진 않았지만 서방도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참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한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쟁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이바나 클림푸시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오후 10시쯤 러시아가 무인기를 이용해 마리우폴에 독성물질을 살포했다”며 “미확인된 이 물질은 화학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아조프 연대 수장인 안드리 빌레츠키 사령관도 “세 사람이 화학물질 중독 증상을 보였지만 건강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진 않았다”고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다만 교전이 계속돼 실제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이날 친러 반군이 장악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데니스 푸실린 수장이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우크라이나군을 무찌르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마리우폴을 봉쇄하고도 아직 완전히 함락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단적 공격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방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CNN에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방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른 시약과 혼합된 최루가스를 비롯해 화학물질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유했다”고 밝혔다.
화학무기는 비인도적 살상과 후유증을 초래하는 데다 우크라이나 인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서방이 핵무기 못지않게 극도로 경계하는 대상이다. 지난달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생화학무기가 동원되면 나토군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영국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레드라인’을 재차 상기시켰다. 12일 제임스 헤피 영국 국방차관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무기들이 거론된다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만약 그 무기들이 조금이라도 사용된다면 서방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푸틴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만약 마리우폴에 화학무기가 동원됐다면 분쟁은 확대될 것이며 그 책임은 푸틴 대통령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화학무기 사용 위협’으로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공포감을 키우고 사기를 꺾으려는 러시아군의 위장 전술이자 심리전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마리우폴 함락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러시아군이 고의로 퍼뜨린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우크라이나 해병여단 페이스북에는 “탄약이 바닥나고 마지막 전투에 직면했다”는 글이 올라왔으나, 러시아어로 쓰여 해킹 의혹이 제기됐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도 “우리 군은 중부, 남부, 산업 지역을 방어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점령설을 일축했다.
마리우폴이 버티고 있다지만, 러시아군이 이곳을 포함해 돈바스 지역을 집중 폭격하고 있어 인명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AP통신에 “러시아군 봉쇄로 1만 명이 숨졌고, 누적 사망자는 2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도로마다 시신이 카펫처럼 깔려 있다”고 폭로했다. 이날 제2도시 하르키우에선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고,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서방 군당국은 향후 러시아가 돈바스 배치 병력을 3배 이상 충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의 대전투’가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을 만큼 필요한 무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투기와 전차, 포탄이 충분하다면 우리는 적을 파괴하고 마리우폴을 구할 수 있다”고 거듭 군사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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