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압박 위해 인도 몰아 세운 미국...성과는 불투명, ‘쿼드’도 흔들

입력
2022.04.12 14:05
수정
2022.04.12 16:3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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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모디, 미국 인도 화상 정상회담 개최
백악관 "러 원유 수입 가속화 인도에 불이익"
모디,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급...확답은 피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인도 외교·국방장관이 자리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화면)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인도 외교·국방장관이 자리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화면)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러시아를 옥죄기 위해 인도와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대체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인도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인도가 단기간 내에 러시아와 완전히 관계를 단절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협의체)’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1시간 동안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방미 중인 인도 외교ㆍ국방장관도 함께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립을 표방하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어가는 인도가 미국 주도 러시아 제재망 ‘구멍’이라는 평가 속에 열렸다. 미국이 인도를 압박하고 설득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미국은 일단 불만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에너지와 다른 원자재 수입을 가속화하거나 늘리는 것이 인도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가 우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의존도를 높이지 말 것 △인도와 미국의 국방협력 증대 △인도가 다른 곳에서 원유와 에너지원을 찾는 방안 지원 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회담 후 양국은 겉으로는 봉합을 한 모습이다. 백악관은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특히 세계 식량 공급에 중점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 전쟁의 불안정한 영향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 역시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최근 무고한 민간인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은 매우 걱정스러웠다”며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지원 문제를 언급했다.

인도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이 1일 뉴델리에서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만나 회담 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델리=EPA 연합뉴스

인도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이 1일 뉴델리에서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만나 회담 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델리=EPA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이 100%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직접적 표현은 없었다. 모디 총리 역시 ‘민간인 학살’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논의가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표현만 이어갔을 뿐이다.

NYT는 “모디 총리는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러시아를 침략자로 부르는 것을 자제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의 미묘한 노선이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고 있는 쿼드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랜드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가 데릭 그로스먼은 NYT에 “쿼드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유지하자는 것인데 러시아라는 한 주권국가가 우크라이나라는 또 다른 주권국가를 침략하고 파괴하는 것은 규칙에 근거한 질서에 완전히 어긋난다. 따라서 향후 쿼드 회의는 다소 어색하고 썰렁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도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압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회담이 적대적이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NYT는 인도가 지난 10년간 2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무기를 구매했지만 그 이전 수십년간 구축한 구소련과 러시아산 무기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비동맹국가’ 인도 특성상 특정 강대국 편에 서는 것도 꺼려온 게 현실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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