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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낙엽 태우지 말라 했는데"… 또 '불난리' 부른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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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063개에 이르는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든 강원 양구군 산불은 지역 주민이 낙엽을 태우던 과정에서 튄 불티가 야산에 옮겨 붙으며 일어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낙엽과 쓰레기 소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 주의를 당부했음에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안전불감증이 또 불난리를 부르고 말았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1일 양구군 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통합지휘본부 브리핑에서 "10일 오후 시작된 불은 낙엽 등 쓰레기를 태우던 중에 시작됐다"며 "발화자는 즉시 검거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양구읍 송청리에서 자영업자인 5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라이터를 이용해 낙엽을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이날 오전 화재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벌였다.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메마른 날씨에 낙엽을 태운 대가는 컸다. 10일 오후 3시40분쯤 시작된 불은 초속 10~12m의 남서풍을 타고 순식간에 비봉산 자락 청우리 전원마을을 위협했다.
해가 진 뒤에도 불은 능선을 타고 북쪽으로 번져 국토정중앙면 주민 50여명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시뻘건 불길이 번지는 화선이 한 때 16㎞에 달할 정도로 기세가 무서웠다. 다행히 산림청 특수진화대와 소방대원, 양구군 공무원들이 밤샘 사투 끝에 주택 70채와 양구읍 송천리와 상리에 자리한 사찰인 심곡사와 봉안사를 지켜냈다.
산림청은 이날 양구 산불지역을 네 구역으로 나눠 특수진화대 등 1,703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연무가 걷힌 오전 11시30분쯤 헬기 21대가 투입되면서 진화에 속도가 붙었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의 영향면적이 759㏊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축구장(0.714㏊) 1,063개와 맞먹는 면적이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달 경북 울진군, 강원 강릉·동해시 산불에 이어 한달 만에 또 인재로 인해 대형산불이 발생한 셈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산지가 바짝 말라 있어 주말 동안 쓰레기와 낙엽, 논두렁 등을 태우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음에도 군(郡) 개청 이래 최악의 산불로 이어져 아쉽다"고 토로했다.
양구군 산불과 별도로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 옥녀봉에서 발생한 산불도 최고 대응 단계인 3단계(가용인력 및 진화헬기 총동원)를 발령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산림당국은 산불을 잡기 위해 헬기 37대와 진화대원 643명을 투입했지만, 산불영향구역이 235㏊로 넓고 화재현장의 산세가 험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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