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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차량과 그림을 버린 강도들

입력
2022.04.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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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기이한 그림 절도

폴 세잔의 그림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1889~90). Foundation E.G. Bührle

폴 세잔의 그림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1889~90). Foundation E.G. Bührle

2008년 2월 스위스 취리히의 사설 뷔를레 미술관(Foundation E.G. Bührle)에 3인조 복면강도가 침입, 그림 4점을 강탈했다. 군수산업으로 큰돈을 번 사업가 에밀 게오르그 뷔를레가 2차 대전 직후 개장한 미술관은 그가 수집한 20세기 거장들의 주요 컬렉션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폐장 시간에 맞춰 들이닥친 강도들은 관리인을 제압한 뒤 전시 중이던 그림들을 차에 싣고 도주했다. 장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 에드거 드가와 폴 세잔의 그림이었다. 외신은 그림 가치가 당시 시가로 1억6,3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미술관 관리인은 범인이 슬라브 억양의 독일어를 구사했다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경찰에 진술하지 못했다.

사건 이틀 뒤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취리히의 한 정신병원 주차장에서 범행에 쓰인 차량이 발견됐고, 차 트렁크에 그림 두 점이 아무 손상 없이 실려 있던 거였다. 모네의 작품 '베테유의 양귀비(Poppies near Vetheuil)'와 반 고흐의 '꽃 핀 밤나무 가지(Blooming Chestnut Branches)'가,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크게 기여한 범행 차량과 함께 회수된 거였다.

범인들은 2년 뒤인 2010년 4월 13일, 세잔의 그림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Boy in a Red Waistcoat )'을 팔려다가 잠복한 세르비아 경찰에 의해 수도 베오그라드 인근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세잔의 그림과 함께 현금 150만 유로, 차량 넉 대, 다량의 무기를 압수했다. 당시 범인들은 350만 유로에 세잔의 그림을 팔기로 하고, 선불로 280만 유로를 받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드가의 그림 '레피크 백작과 그의 딸들(Count Lepic and His Daughters)'도 경미한 손상만 입은 상태로 직후 회수됐다.

하지만 그림을 매수하려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왜 범행 직후 고흐와 모네의 그림은 버렸는지 등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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