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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 나가” 러시아 유엔 인권이사회서 퇴출... 러 국제기구 위상·발언권 추락

입력
2022.04.08 17:44
수정
2022.04.08 18:5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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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러시아의 인권 이사국 자격 정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추락, 발언권 축소
러시아 "불법적 조치" 반발… 자진 탈퇴 선언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공개돼 있다. 유엔은 이날 긴급특별총회에서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결의안을 가결했다. 뉴욕=AP 연합뉴스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가 공개돼 있다. 유엔은 이날 긴급특별총회에서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결의안을 가결했다. 뉴욕=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러시아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당했다. 러시아는 강력히 반발하며 자진 탈퇴를 선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유엔 기구에서 배제되기는 처음이라 러시아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국제사회 발언권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유엔 총회는 7일(현지시간)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했다. 러시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 진압한 리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쫓겨난 나라가 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 가운데 유엔 산하 기구에서 자격을 정지당한 사례는 처음이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지역별로 할당된 47개국이 3년 임기제로 맡는다. 매년 이사국 중 3분의 1을 교체하는데 투표에서 97표 이상을 얻으면 이사국이 된다. 러시아 임기는 2023년까지였다.

앞서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철수한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끔찍하게 학살당한 민간인 시신이 다수 발견되자 미국은 “인권 증진을 위한 기구에서 러시아가 권위 있는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을 추진했다.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는 동안 자행한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와 인권 유린 및 국제인도법 위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 침해 사례들을 적시했다.

결의안이 통과된 후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중요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하며 “희생자와 생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러시아는 부당하고 부도덕한 전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기구에 전쟁 범죄자가 설 자리는 없다”며 “역사의 올바른 편을 선택한 유엔 회원국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표결 결과는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러시아 규탄 결의안보다는 상당히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일 러시아에 즉각적인 철군과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찬성 141표를 얻었고, 같은 달 24일 휴전과 민간인 보호를 요구하는 결의안도 찬성 140표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이전보다 찬성표가 50표가량 적었을 뿐 아니라, 반대표와 기권표, 표결 불참을 합치면 193개 유엔 회원국의 절반이 넘었다. 북한, 중국, 이란은 반대표를 행사했고 인도, 브라질,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기권했다.

러시아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로 표결권과 발언권을 모두 잃었다. 국제사회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유엔에서 러시아 측 위상에 오점이 생기면서 다른 국제기구에도 연쇄 파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겐나디 쿠즈민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불법적이고 정략적인 조치”라고 반발하며 곧바로 탈퇴를 선언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해고된 후에 사표를 낼 수는 없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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