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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대비... 美, 동유럽 국가들에 영구 주둔 기지 설치 고려

입력
2022.04.07 19:19
수정
2022.04.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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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 평화협상 1일 이후 중단
돈바스 지역서 장기전 불가피
미 합참 “미군, 동유럽·발트3국에 주둔 기지 설립”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지난달 30일 러시아군을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수도 키이우 외곽에서 지난달 30일 러시아군을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멀어 보인다. 포성은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만 사라졌을 뿐,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멈춰 있다. 대러 제재는 강화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는 아직 버티고 있다. 영토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우크라이나와 돈바스 지역은 반드시 점령하겠다는 러시아의 대치는 길어질 전망이다.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서방은 이에 대비해 병력 재배치 등 대안을 찾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인근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이 접경국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 전열을 가다듬은 뒤 우크라이나에 재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러시아군이 부대 재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재정비를 신속히 마치더라도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군은 친러 성향이 강한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쏟아붓는 쪽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이곳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령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역시 영토 수호를 위해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 중계된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에 고통스러운 제재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이를 돈바스 지역에서 새로운 유혈사태를 일으켜도 괜찮다는 의미의 ‘허락’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고,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상은 지난 1일 영상으로 진행된 이후 중단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협약과 같은 형태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 타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안으로 협상은 공회전 중이다.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증거가 나오면서 협상 재개도 요원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싸움이 끝나려면 멀었다”라며 “이 전쟁은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방은 전쟁 장기화 대비에 돌입했다. 미군은 동유럽 재배치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 국방부는 동유럽 지역의 미군 재배치 장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의 정세변화, 즉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는 의미다.

실제 우크라이나 인근과 발트해 연안 국가에 미군기지를 건설해 순환배치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전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유럽의 많은 동맹국들, 특히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나 폴란드, 루마니아 같은 동맹국이 미군 영구 기지를 설립할 의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러시아 인접국들의 의중을 떠보는 발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밀리 합참의장은 “그들(동유럽 국가들)은 기꺼이 기지 건설을 위한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대응 논의에 나섰다.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해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등의 방안만 거론되는 상황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가 동부로 군사적 초점을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체를 원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쟁은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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