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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주요 금융기관 전면 차단… 푸틴 딸까지 제재 명단 올려

입력
2022.04.07 00:52
수정
2022.04.0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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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국책은행 금융시스템서 차단
대 러시아 신규 투자 금지 조치도 확대
바이든 "러 잔혹행위 혹독한 대가 치를 것"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에 공분한 서방이 대(對)러시아 제재 고삐를 한층 강하게 틀어쥔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주요 금융 기관을 전면 차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가족까지 직접 겨냥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연간 5조 원 상당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조치에 나섰다. 모두 러시아 돈줄을 조이고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전쟁 지속 의지를 꺾으려는 조치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러시아 최대 은행을 전면 차단함으로써 러시아 금융에 가하는 충격을 비약적으로 높이겠다”며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와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전면 차단된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들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이 해당 기관과 거래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기업에 새롭게 투자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간 에너지 산업에 한정됐던 대러 신규 투자 금지 조치가 금융 등 전 분야로 확대된 셈이다. 미국은 이 같은 ‘제재 패키지’가 러시아에 엄청난 비용을 부과해 고립의 길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가 1980년대 소비에트 스타일의 생활 수준으로 돌아가도록 강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앞으로 러시아는 달러 보유고 고갈, 새로운 수입 창출, 채무불이행(디폴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두 딸까지 건드렸다. 푸틴 대통령이 전 부인 루드밀라 슈크레브네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 마리아 보론초바(36)와 카테리나 티코노바(35)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 모두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아온 만큼 해외 소유 자산 규모는 불분명하다. 다만 미국은 두 사람이 푸틴 대통령의 재산 일부를 은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총리와 그 가족,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부인과 딸도 제재 대상이 됐다. 백악관은 "이들은 러시아 국민의 비용으로 부를 누려왔다"며 "이 중 일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획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에는 미국과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등 30개국이 동참한다.

미 재무부는 오는 7일 전면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러시아 국영 기업 명단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재무부는 전날 러시아의 자금 세탁 및 자금 우회 유입 가능성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금융 기관 내 러시아 정부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 상환을 막은 데 이어, 일종의 온라인 암시장인 다크넷 시장 ‘히드라 마켓’과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를 근거지로 삼는 사이버 범죄 가능성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전쟁 범죄 재원 마련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EU는 처음으로 러시아 에너지 분야를 직접 겨냥하기로 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전날 연간 40억 유로(약 5조3,000억 원)에 달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방안을 회원국에 제안했다. 이와 함께 △EU 역내 항구의 러시아 선박 입항 금지 △러시아 도로 접근 차단 △러시아 주요 은행 다수와 거래 전면중단 △양자컴퓨터ㆍ첨단 반도체 등의 추가적 수출금지 등을 제안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산 석유도 석탄과 마찬가지로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가 확정되려면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서방국이 대러 제재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서다. 지난 40여 일간 각국의 숱한 제재에도 불구, 러시아가 좀처럼 전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쟁 자금’ 마련 가능성을 원천 차단키로 한 셈이다. 게다가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 등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참상은 서방국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제재 조치를 언급하며 “나는 러시아가 부차에서의 잔혹 행위에 대해 혹독하고 즉각적인 대가를 치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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