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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부차 학살’에 공분한 서방… 푸틴 딸까지 제재 대상 올린다

입력
2022.04.06 18:02
수정
2022.04.06 18: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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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일 신규투자 금지 추가 제재 발표
다크넷 마켓, 암호화폐 거래소도 제재
EU는 처음으로 에너지 분야 직접 겨냥

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한 남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로 묘사한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포드리고차=AP 연합뉴스

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한 남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로 묘사한 그림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포드리고차=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에 공분한 서방이 대(對)러시아 제재 고삐를 한층 강하게 틀어쥔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 등 전방위에서 고립시키는 방안을 추가 발표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연간 5조 원 상당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을 직접 겨냥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모두 러시아 돈줄을 조이고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전쟁 지속 의지를 꺾으려는 조치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6일 EU 및 주요 7개국(G7)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 금지와 러시아 금융기관, 국영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러시아 정부 당국자와 가족에 대한 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자산 동결, 에너지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를 단행했는데, 이를 금융 등 전 영역으로 넓히기로 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새로운 제재 패키지는 러시아에 엄청난 비용을 부과해 러시아가 고립의 길로 더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제재 목표는 “러시아 금융 시스템 불확실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앞으로 러시아가 달러 보유고 고갈, 새로운 수입 창출, 채무불이행(디폴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미 재무부는 러시아의 자금 세탁 및 자금 우회 유입 가능성도 차단하기로 했다. 전날 미국 금융 기관 내 러시아 정부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 상환을 막은 데 이어, 이날 일종의 온라인 암시장인 다크넷 시장 ‘히드라 마켓’과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를 근거지로 삼는 사이버 범죄 가능성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전쟁 범죄 재원 마련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EU는 처음으로 러시아 에너지 분야를 직접 겨냥하기로 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연간 40억 유로(약 5조3,000억 원)에 달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방안을 회원국에 제안했다. 이와 함께 EU 집행위는 △EU 역내 항구의 러시아 선박 입항 금지 △러시아 도로 접근 차단 △러시아 주요 은행 다수와 거래 전면중단 △양자컴퓨터ㆍ첨단 반도체 등의 추가적 수출금지 등을 제안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산 석유도 석탄과 마찬가지로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가 확정되려면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EU는 특히 푸틴 대통령의 두 딸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EU가 푸틴 대통령과 전 부인 루드밀라 슈크레브네바 사이에서 낳은 두 딸 마리아 보론초바(36)와 카테리나 티코노바(35)를 개인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들 모두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아온 만큼 해외 소유 자산 규모는 불분명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관심을 끄는 상징적 제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방국이 대러 제재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 의지를 꺾기 위해서다. 지난 40여 일간 각국의 숱한 제재에도 불구, 러시아가 좀처럼 전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쟁 자금’ 마련 가능성을 원천 차단키로 한 셈이다. 게다가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 등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참상은 서방국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며 “부차 학살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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