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한편 청와대 조직을 축소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3실장 12수석 체제에서 정책실장, 민정수석, 일자리수석을 없애고 전체 인원도 줄이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없어지는 자리의 업무는 민관합동위원회가 대신하거나 부처에 넘긴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정부’에 대해 비판이 있었던 만큼 내각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다. 하지만 청와대가 힘을 빼기만 해서는 자칫 ‘식물 내각’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장관과 부처에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청와대 조직을 줄인다고 해서 저절로 ‘책임 내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조직은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행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 수 있는 적극 행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대통령들도 '책임 총리' ‘책임 내각’을 주장한 적이 많았지만 장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은 적은 없었다. 민관합동위원회는 더더욱 책임도 권한도 갖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국정의 큰 그림·비전 제시는 대통령과 참모진이 해야 한다. 이를 공유한 바탕 위에 국무회의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운영돼야 한다. 특히 위기 대응이나 핵심 국정과제에서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부처들과 얼마나 긴밀히 소통하느냐다. 또한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과오만 물을 게 아니라 적극 행정을 독려해야 ‘책임 내각’이 될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고자 한다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청와대 정부’를 만든 한 축이 청와대의 과도한 권한 행사였다면 또 다른 축은 청와대 하명을 받들어 거수기 역할을 해 온 여당이라 할 것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적절히 제동을 거는 것은 국회의 임무이며, 특히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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