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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트랙, 시트콤의 숨은 주역

입력
2022.04.0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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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찰리 더글러스의 '랩 박스'

미국 음향기술자 찰리 더글러스가 1950년대 개발한 웃음트랙 기계 '랩 박스'.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 음향기술자 찰리 더글러스가 1950년대 개발한 웃음트랙 기계 '랩 박스'. 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 NBC가 1939년 TV방송을 시작하면서 TV시대가 개막했지만 수상기 보급이 본격화한 것은 2차 대전 이후였다. 1950년대 TV는 라디오의 아성을 빠르게 허물며 대중화했고 그 선봉이 드라마, 특히 시트콤이었다.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연기의 맛을 본 이들은 더 이상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문제는 배우와 관객의 단절, 즉 연기에 대한 현장 반응을 영상으로 전달하는 어려움이었다. 라디오의 경우 관객 앞에서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관객의 웃음소리를 함께 전달할 수 있었지만, 시청자를 모아 놓고 시트콤을 제작하기란 불가능했다. 라디오에서처럼 효과음을 별도로 더빙하는 시도가 이뤄졌지만,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웃음소리를 재현하는 것도 어려웠다. 킥킥거려야 할 때 박장대소하는 것도 흐느끼듯 웃는 것도 부자연스러웠다. 어렵사리 생방송 코미디를 진행할 때도 제작자 의도대로 웃음이 터지지 않을 때가 잦았고, 너무 오래 웃음이 이어지는 것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네바다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2차 대전 때 미 해군으로 참전해 전함 레이더 장비 기술을 익힌 뒤 CBS 음향기술자로 취직한 찰리 더글러스(Charley Douglass, 1910.1.2~ 2003.4.8)의 숙제가 그거였다. 여러 다양한 시도 끝에 그는 1950년대 초 '랩 박스(laff box)', 즉 웃음 상자를 개발했다. 웃음소리와 흐느끼는 소리, 신음소리, 상황에 따른 감탄사 등 다양한 소리를 현장에서 녹음해 타자기처럼 생긴 기기에 저장한 뒤 키를 눌러 원하는 소리를 재생하고 오르간 페달 같은 장치로 재생 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기계였다. 그의 시도는 대성공을 거뒀고, 그는 1960년대 초 웃음트랙 사업체를 설립해 독립했다. 그는 TV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1992년 에미상 기술상을 탔다.

웃음 트랙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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