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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철수 러시아군, 방사선 피폭 심각... 주변 사람들도 위험"

입력
2022.04.03 22:20
수정
2022.04.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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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마렌코 우크라 국가배제구역 관리국 책임자
브리핑서 "러軍, 작동 않는 방사능 검출 장비 지급
옷·차량에 방사능 물질 묻은 경우 주변에도 피해"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건물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프리피야트=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건물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프리피야트=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인근 통제구역인 ‘붉은 숲’에서 참호를 파는 등 무리한 군사작전을 강행하다 철수한 러시아 병사들이 심각한 수준의 방사선 피폭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는 피폭된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체르노빌 원전 인근을 관리하는 예브헨 크라마렌코 우크라이나 국가배제구역 관리국 책임자는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체르노빌 발전소 인근) 금지 구역을 점령했다가 벨라루스로 철수한 러시아 군인이 상당한 양의 피폭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마렌코는 "체르노빌 참사 이후 표토를 오염시켰던 방사성 핵종이 이제 지하 30~40㎝ 위치로 내려앉았는데 러시아군이 참호를 파면서 토양의 자연 보호층을 교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붉은 숲 지역의) 배경 방사선에 24시간 노출되면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에 이른다”며 “땅을 파는 경우 방사선량이 수 배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크라마렌코는 “방사선에 노출된 러시아 군인의 주변 사람들도 위험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그들(러시아군)이 방사성 핵종을 흡입하거나 섭취했다면 신체 내부에서 점차적으로 피폭을 당할 것”이라며 “그 경우에는 피폭된 사람만 고통을 겪을 것이지만 옷이나 차량에 방사성 물질이 붙어서 운반되는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또 러시아군 상부가 러시아 군인들을 배제지역에 배치하기 전에 병사들에게 브리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크라마렌코는 “그들은 군인들에게 작동하지 않는 1950, 1960년대의 (방사능 검출) 장비를 공급했다”며 “약간의 위안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개전 첫 날인 2월 24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다가 5주 만인 지난달 31일 벨라루스 방향으로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기업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의 철수 원인을 원전 인근 통제구역인 ‘붉은 숲’으로 지목했다. 이곳에서 러시아군이 보호장비 없이 참호를 팠고, 이로 인해 방사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것이다. 붉은 숲은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방사성 낙진이 나무와 풀을 훑고 지나가면서 숲 전체가 붉게 변해버린 데서 따온 이름이다. 이곳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세계 평균의 5,00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일부 병사에게 급성방사선증후군이 나타나자 러시아군이 혼란에 빠졌고, 이후 피폭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대 내에 폭동이 일어날 뻔 했다고도 전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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