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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그늘 속에 숨겨진 섬진강변 아날로그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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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곧 봄꽃으로 화사하게 물들겠지만, 벚꽃만 본다면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벚꽃길’을 능가할 곳은 없다. 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는 4월 초순 긴 벚꽃 터널을 이룬다.
섬진강(蟾津江)은 ‘두꺼비강’이다. 구례 섬진강벚꽃길은 문척면 죽마리와 구례읍 신월리를 연결한 보행교 '두꺼비다리'에서 시작된다. 두꺼비는 예로부터 재복을 가져다 주고 마을을 지키는 신비한 능력을 보유한 동물로 인식돼 왔다. 두꺼비다리라는 이름은 이런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지었다. 다리 바로 옆 전망대는 벚꽃과 섬진강 풍광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사진 명소다.
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벚꽃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하얀 꽃송이가 촘촘하게 하늘을 뒤덮고 있다. 짧은 기간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니 각박한 마음도 한결 누그러진다. 차도 사람도 꽃향기에 취해 느릿느릿 움직인다. 도로변 빈자리를 찾아 주춤거리는 차량도 많다. 평시라면 경적소리와 온갖 고성이 난무하겠지만 이때만큼은 양해가 된다.
861번 지방도(남도대교로)로 들어서면 맑은 섬진강과 순백의 꽃 사태에 다시 한번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벚꽃길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와 하동군 화개면 탑리를 연결하는 남도대교에서 끝이 난다. 남도대교의 양쪽 난간 아치는 빨간색과 파란색이다. 태극문양으로 영호남 화합을 상징한다.
벚꽃 향기에 흠뻑 취했다면 한발 떨어져서 느긋하게 바라봐도 좋다. 상춘객으로 붐비는 가운데서도 한가하게 쉬어갈 장소가 섬진강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여행객이라면 더 흥미로운 곳이다.
구례구역은 구례의 관문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하루 6~7회 KTX가 운행한다.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섬진강책사랑방이 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대우서점(중고서점)을 운영했던 김종훈 대표(70)가 2020년 섬진강변에 문을 연 책방이다. 그해 8월 구례를 휩쓴 물난리로 부산에서 옮겨온 15만 권의 책이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11월에 개업했다.
시각예술, 한국사, 어린이도서, 인문교양서적뿐만 아니라 각국의 원서, 양의·한의학, 심리, 한국학 등 분야를 망라한 12만 권 이상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창밖으로는 섬진강 풍경이 펼쳐진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게으르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곳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마음의 휴식처다.
간전면 산자락에는 구례목재문화체험장이 있다. 일상과 뗄 수 없는 나무의 쓰임새, 나무가 목재가 되기까지의 과정,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목재의 특성을 전시해 놓았다.
생활공예품, 놀이기구, 학습도구 등을 만드는 목공예 체험도 운영한다. 동물열쇠고리, 기차, 원목손거울, 사각문패, 연필꽃이, 다용도함, 접이식테이블 등 다양한 목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목공예체험장에는 칠교놀이와 목재악기를 체험할 수 있고, 나무장난감 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 무인카페 ‘나무로 만든 세상’에서 커피 한 잔으로 망중한을 즐겨도 좋다.
간전면 강가에는 섬진강수달생태공원이 있다. 전시관, 어린이놀이터, 홍매화산책로, 전망대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관에는 수달의 생태를 고화질로 촬영한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상영한다. 수달전망대에 오르면 공원 전경과 섬진강 물줄기가 한 눈에 보인다. LED조명으로 밤 풍경도 은은한 곳이다.
화엄사 초입의 지리산역사문화관은 이름대로 지리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파란만장한 역사와 산에 기대 살아온 주민들의 전통과 지혜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기획전시실 ‘강따라’에는 큰 산 아래 사람들을 주제로 구례의 옛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산따라’는 지리산과 구례의 인문지리·역사·문화예술을, ‘길따라’는 구한말 애국지사 매천 황현의 일대기를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지리산 설화를 들을 수 있고, 자연생태 놀이공간도 조성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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