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발 물러선 젤렌스키 "돈바스, 러시아와 타협 원해"

입력
2022.03.28 08:13
수정
2022.03.28 09:08
구독

영토 양보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중립국화 논의·비무장화는 수용 불가" 강조
러시아, 젤렌스키 인터뷰 보도 자국 매체 조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화상을 통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화상을 통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 지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에 대해선 양보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 매체와 러시아어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쟁점을 설명하면서 돈바스 문제를 비롯해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돈바스와 관련한 타협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요구해 온 크림반도 및 돈바스 영유권 대신, 자치권 인정 등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제3자에 의해 보장돼야 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ㆍ러시아) 및 독일ㆍ터키가 참여하는 집단 안보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의 핵심은 안전 보장과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 문제”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에 대해선 “러시아가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을 향해 “러시아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갈등을 길게 끌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합의해야 하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선 푸틴 대통령이 나를 만나야 한다”고 정상 간 담판을 촉구했다.

인터뷰가 보도된 뒤 러시아는 즉각 ‘입 단속’에 나섰다.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한 자국 언론 매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매체 다수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했다”며 “인터뷰 보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러시아 검찰은 인터뷰 내용뿐 아니라 보도 적법성에 관해서도 법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