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러, 더 이상 침략 없다 약속 시 대러 제재 해제"

입력
2022.03.27 16:01
수정
2022.03.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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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철수·휴전과 추가 공격 없다는 약속 필요"
"지금은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진지한 것 같지 않아"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19일 영국 블랙풀에서 열린 보수당 춘계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블랙풀=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19일 영국 블랙풀에서 열린 보수당 춘계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블랙풀=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고 휴전을 약속할 경우 대러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평화 정착과 관련해 처음으로 나온 공식적인 제재 해제 언급이다.

트러스 장관은 26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완전한 철수와 휴전이 이뤄진다면 러시아 은행, 회사,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에 부과됐던 각종 제재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러스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공격도 삼가야 한다며 다시 공격을 할 경우 "즉각 제재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영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금까지 러시아 은행의 자금 5,000억 파운드(약 807조 원)와 올리가르히의 영국 내 1,500억 파운드(약 242조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시켰다.

다만 트러스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는 평화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은 그들이(러시아가) 협상에 진지한 것 같지 않아서 평화를 얻기 위해선 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며 "부과하는 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무기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로 압력을 받은 푸틴 대통령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때가 오면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된 협상에 성공하는 데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추후 협상 지원을 위한 전문가 그룹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제재와 제재 해제를 결정하는 냉온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문은 트러스 장관의 인터뷰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정의 일부로 영국이 대러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언급한 첫 번째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발언은 앞서 10일 영국 정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첼시의 구단주이자 러시아 기업인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며 "영국 사회에 러시아 부패 관료나 신흥 재벌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밝혔을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정부의 태도 변화는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해 "푸틴은 권좌에 계속 있을 수 없다"며 러시아 정권 교체를 시사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미국의 대러 제재는 영구적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가 행동을 바꾸면 (제재를) 없앨 수 있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점을 들어 영국만이 제재 해제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확실한 철군과 평화 유지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제재 해제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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