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사자 1,351명… 핵심 목표는 돈바스” 미묘한 기류 변화

입력
2022.03.26 02:26
수정
2022.03.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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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만에 사상자 수 공개… 서방 측 통계와 큰 차이
군 당국자 "1차 목표 달성…핵심 목표는 돈바스 해방"

지난 7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길가에 방치돼 있다. 수미=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길가에 방치돼 있다. 수미=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달간 전사한 자국 군인이 1,300명이 넘는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부상자는 3,800여 명에 달했다. 또한 군 고위 당국자는 “핵심 군사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 돈바스”라며 전술 변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불행히도 ‘특수 군사작전’ 과정에서 우리 군의 손실이 있었다”면서 전사자 1,351명, 부상자 3,852명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2일 전사자 498명, 부상자 1,597명이라고 발표한 이후 23일 만에 새로 내놓은 통계다. 이 수치만 따져 봐도 3주 사이 사상자가 2~3배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서방 측 통계와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러시아 군인 수를 7,000~1만5,000명으로 추정했다. 미국 측 추정치도 7,000~1만4,000명으로 엇비슷하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황을 감안해 최소로 잡은 수치라, 실제 러시아군 전사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은 “국가는 남은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 교육과 양육, 대출, 주택 문제를 책임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를 희망하는 수많은 러시아 시민들이 입대 신청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됐다.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의 첫 번째 목표는 전반적으로 거의 달성됐다”며 “덕분에 주요 목표인 돈바스 해방 달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현 우크라이나 정부를 축출한 뒤 친러 괴뢰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차례 침공 명분으로 내세웠던 ‘탈나치화’도 그러한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루드스코이 부참모총장의 발언은 애초 핵심 군사 목표가 우크라이나 전체가 아닌 돈바스로 한정됐다는 취지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야망을 격하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러시아 군당국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 범위를 돈바스에 국한하거나 또는 우크라이나 전체로 확장하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했는데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바스에서만 작전을 했다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군 전력을 계속 보강했을 것”이란 이유였다.

그러면서 “현재 돈바스 내 루한스크 지역 93%와 도네츠크 지역 53%를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 동북부 수미, 동부 하르키우, 남부 미콜라이우 등 주요 도시들을 포위했으며 남부 헤르손주(州)와 자포리주 대부분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덧붙였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은 모든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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