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G20서 퇴출해야… 안되면 우크라 참석시켜” 공론화, G7 정상 “러, 핵 위협 말라”

나토·G7·EU, 24일 브뤼셀서 연쇄 정상회의
경제제재 강화 카드 만지작
바이든 "러 핵위협에 대응할 것"...
숄츠 獨 총리는 "말할 건 하나.. 하지 말라"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공론화했다. 그렇게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G20 정상회의에 참석시켜 참관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잇따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은 러시아의 경거망동을 경고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정상들은 일치된 목소리로 러시아가 핵·생화학 무기 투입의 뉘앙스를 풍기는 데에 대해 “위협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지지, 잔혹한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기 위한 우리의 결정, 나토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반복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의 동쪽 측면에 대한 집단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핵·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해서도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퇴출문제가 논의됐다면서,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가 동의하지 않아 퇴출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G20 정상회의에 참석시켜 참관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올해 G20 의장국은 인도네시아로, 오는 10월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G7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화학·생물학·핵무기 또는 관련 물질의 사용 위협과 관련해 경고한다”며 “러시아가 서명한,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국제조약에 따른 러시아의 의무를 상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핵시설의 안전과 보안을 위협했다”며 “러시아는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며 핵시설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생물학 무기나 화학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모든 규칙과 모든 협정, 현존하는 모든 협약에 위배된다”며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핵무기 사용은 러시아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G7은 또 러시아의 ‘돈줄’ 격인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며 협력할 것”이라며 “러시아 가스·석유·석탄 수입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국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에너지 안보 문제와 관련해 G7 및 EU와 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내일 이에 관해 더 말할 게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G7 특별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차단하는 방법도 논의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정상들이 러시아 정부가 보유 중인 금 판매를 엄중 단속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서방의 제재로 폭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가 금 판매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 셈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G7 정상들과 EU는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푸틴의 전쟁 자금 지원에 동원돼 온 러시아의 국제 준비금 투입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