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 호소한 文 "회동에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 다른 이 말 듣지 말라"

입력
2022.03.24 11:17
수정
2022.03.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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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갈등 비화에 답답함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에 무슨 협상과 조건이 필요한가.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회동이 장기화되면서 신구 권력 갈등으로 번지는 책임이 윤 당선인의 오판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답답해서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윤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실무 협상 단계에서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대치가 계속되자 윤 당선인의 ‘직접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인사권이 현직 대통령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인사는 대통령 임기까지 현직 대통령의 몫”이라며 “윤 당선인께서도 차기 대통령이 되면 인사권을 임기 말까지 행사하시면 될 일”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인사권 요구가 ‘월권’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이미 역대 가장 늦은 만남이 됐다. 지난 9일 대선 이후 2주째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관례에 따른 조건 없는 만남’을 촉구해 왔지만, 윤 당선인 측은 ‘순탄한 국정 출발을 위해 인사권 이전 등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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