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 러시아 언론인 "우크라 난민 위해 메달 바친다"

입력
2022.03.23 11:10
수정
2022.03.23 11: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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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
정부 비판 독립 매체로 작년 노벨 평화상 수상
"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 요구도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이 지난해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다. 오슬로=AFP 연합뉴스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이 지난해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다. 오슬로=AFP 연합뉴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러시아 독립 매체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이날 노바야 가제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있다”며 “난민, 부상자, 긴급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것을 바친다”고 메달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는 “경매회사들이 이 세계적인 메달을 경매에 부쳐줄 것을 요청한다”며 판매 수익금은 비정부기구인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재단’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련 붕괴 이후인 1993년 독립 매체로 창간된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탐사 보도로 유명해졌다. 1990년대 체첸과의 전쟁에서의 인권 유린 보도를 필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이후 정권과 국가 권력에 관련된 비리를 폭로해 왔다. 2015년 야권 지도자 넴초프 암살, 2016년 조세회피를 위한 역외 회사 관련 정보를 담은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폭로, 2018년 러시아 청부살인 배후세력 등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체첸전을 다뤘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를 비롯해 모두 6명의 기자들이 암살당한 것도 이런 폭로 보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노바야 가제타는 언론 자유를 위한 투쟁을 인정받아 2016년 세계신문협회의 ‘자유의 황금펜’ 상을 수상했고, 무라토프 편집장은 지난해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수상 당시 “이 상을 암살당한 기자 6명에게 바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정론 보도를 이어갔으나, 러시아 당국의 검열로 관련 기사가 삭제되는 등 여전히 언론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전투 중단 △포로 교환 △인도주의 통로와 이동 지원 △사망자 시신 공개 △난민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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