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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中대사 “화약 아닌 약품 지원”... 대러 지원 ‘레드 라인’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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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재정적 지원 여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요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중국 고위 외교관이 "탄약이 아닌 약품을 지원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물품을 러시아에 제공하기 위한 '레드 라인 설정'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에 출연,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허위 정보"라면서 "중국이 하는 일은 모든 당사자에게 무기와 탄약이 아닌 식품과 약품, 침낭, 유아용 음식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원 대상을 "모든 당사국"이라고 표현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 경제, 금융, 에너지 기업 (관계)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두 주권국가 간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화상 정상회담 직후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화상 회담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차원의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러 지원 가능성에 강한 경고를 날렸다. 그러나 시 주석은 대러 지원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친 대사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대러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특정 수준까지는 러시아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임을 암시하며 사실상 대러 지원 ‘레드 라인’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식량, 약품, 침낭 등 구체적인 품목을 굳이 열거해 미국이 강하게 우려하는 무기 지원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러시아와의 정당한 교류를 침해하지 말 것을 동시에 어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군사 장비 이외의 물품 지원까지 미국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중국 내 한 소식통은 "중국의 대러 지원이 인도적 물품에 한정된다면, 미국 역시 이를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 매체들은 최근 들어 부쩍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작전을 위해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전쟁은 급한데 외국 무기를 갖고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자주적인 군수 산업을 가진 나라"라며 눈에 띄게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중·러 간 교역을 '정상적 사업'이라고 규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 간 교역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피력해왔다. 기존의 무역까지 대러 지원의 영역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뜻이다.
친 대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중국은 왜 비난하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순진하게 굴지 말라"고 응수했다. "러시아가 비난받는다고 해서 물러난다면 난 놀랄 것"이라며 "비난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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