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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어 LG전자도 러시아 선적 중단…커지는 '전쟁 리스크'

입력
2022.03.20 17:08
수정
2022.03.20 17: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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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러시아 선적 중단
러시아 시장 경영 차질 현실화
반도체업계, 원자재 수급 불안 우려

LG전자가 러시아행 제품 선적을 전면 중단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국내 기업의 경영 타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뉴스1

LG전자가 러시아행 제품 선적을 전면 중단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국내 기업의 경영 타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가전·반도체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가전업계는 당장 러시아와 인접 국가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고 반도체업계는 원자재 확보 과정에서 발생할 어려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쟁 리스크'로 인한 경영 차질이 갈수록 현실화하는 양상이라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이어 러시아 선적 중단

20일 LG전자는 자사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모든 선적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LG전자의 러시아행(行) 제품 출하 중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화한 해상 물류 상황 때문이다. LG전자는 "(전쟁 관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모든 이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고 있으며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와 인접 시장 개척에 공들인 LG전자는 경영 타격 현실화에 긴장하고 있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와 그 주변국에서 거둔 매출은 2조335억 원이다. 아직 전체 매출의 2.7%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22%에 이른다. LG전자는 러시아 시장의 확장성에 주목해 모스크바 외각 지역에 생산기지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러시아행 제품 선적을 중단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이 러시아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만큼 전쟁 장기화와 국제사회 규제에 따른 매출 타격 우려가 적지 않다.

전쟁 리스크가 가중되어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 철수를 결정하긴 어려운 상태다. 러시아 정부가 철수한 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데다 러시아의 시장성 자체도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가전, 반도체 업계의 수출 및 원자재 수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진입한 친러시아 민병대 탱크.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가전, 반도체 업계의 수출 및 원자재 수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진입한 친러시아 민병대 탱크.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반도체업계, 원자재 확보에 촉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도 전쟁 장기화에 당혹스러운 상태다. 반도체 필수 소재인 네온, 크립톤, 크세논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크립톤과 크세논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48.2%, 49.1% 수입했다.

다만 반도체업계는 당장의 원자재 수급 불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조짐이 발생했을 때부터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당분간 쓸 수 있는 원자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월 국회 긴급현안보고에서 해당 원자재들의 경우 3개월 치 필요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쟁이 이미 한 달가량 지속됐고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만큼 원자재 수급 문제는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반도체를 활용한 컴퓨터나 전자기기, 가전제품의 대(對)러시아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연쇄적 간접 타격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자체 수출보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의 수출 규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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