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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비판한 중국인 “우크라인 나치 아냐”…中 누리꾼 ‘국가 배신자’ 비난

입력
2022.03.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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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 거주 중국인, 우크라 참상 동영상 SNS에 올려
'국가 배신자' '신나치' 댓글·정부 검열 당해
시진핑 "전면적 제재는 인민을 고통스럽게 할 뿐"

러시아군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알리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중국 정부의 검열을 당했다며 입에 검은색 테이프를 붙인 중국인 유튜버 왕지셴씨. CNN방송 캡처

러시아군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알리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중국 정부의 검열을 당했다며 입에 검은색 테이프를 붙인 중국인 유튜버 왕지셴씨. CNN방송 캡처

우크라이나에 있는 중국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다. 중국 내부에서는 그를 “국가 배신자”라며 비난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에 거주하는 베이징 출신 프로그래머 왕지셴(36)씨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50여 회에 걸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알리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중국판 틱톡인 ‘두인’에 가족과 지인들에게 안부를 알리며 시내에서 식료품을 사고 돌아오는 영상을 올렸다.

러시아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지난 10일에는 “전날 저녁 러시아의 공습으로 거주지 인근 시장이 폭격을 당했다”며 “러시아의 폭격으로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커지는데도 중국 SNS상에는 러시아군을 찬양하는 게시물들이 넘쳐나면서 그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여론 통제에) 나는 매우 화가 났고, 그들을 위해 영상을 찍어 진짜 전쟁터가 무엇인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데사 주민들이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참호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등을 찍은 영상 등을 잇따라 올렸다. 한 영상에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이들은 나치가 아니라 프로그래머이자, 서민이고, 이발사이다”라고 분노했다. 또 중국 마오쩌둥의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을 비꼬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여권을 들고 “어디 출신인지 잊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여권은 필요 없다”며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모든 중국인의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오데사에 18일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타이어와 모래주머니로 쌓은 참호가 설치돼 있다. 오데사=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오데사에 18일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타이어와 모래주머니로 쌓은 참호가 설치돼 있다. 오데사=EPA 연합뉴스

해당 영상들은 순식간에 조회 수 14만 회를 넘어섰다. 중국 내부에서 그를 ‘국가 배신자’, ‘신나치’라며 비난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현재 그의 영상들은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아 중국에서 대부분 차단됐다. 그는 “내가 어떻게 나라를 ‘배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매일 (우크라이나의) 도시가 불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떠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오데사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는 인민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며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했다. 또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작전’이라 표현하며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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