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서 러군 사망자 7,000명...아프간 20년 미군 사망자 3배

입력
2022.03.17 14:25
수정
2022.03.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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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도 1만4,000~2만1,000명, 전체 10% 사상
장성급 지휘관도 20명 중 4명 사망
"높은 사상자 수가 단결력과 사기에 악영향"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인테르팍스 통신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인테르팍스 통신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군대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20일 만에 참전한 러시아군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는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은 미군(2,465명)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부상자까지 더하면 사상자는 전체 군인의 10%로 치솟는다. 현재 파악된 러시아군 규모는 15만 명 이상인데, 1만4,000~2만1,000명 규모의 부상자에 사망자 수를 더하면 전체의 10%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의 펜타곤(미 국방부) 관계자는 NYT에 "한 부대 내 사상자가 10%에 달하면 군사 작전을 실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일반 병사뿐 아니라 장성급 지휘관들도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다. 서방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장엔 20명의 러시아 장성이 군을 이끌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에 달하는 4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관계자들은 러시아 장성 다수가 보안화되지 않은 휴대폰과 라디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에 꺾인 러시아군의 사기는 높은 사상자 수로 인해 더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외곽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군대 사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미 2일 미국 국방부는 언론브리핑에서 "정확한 증거는 공개할 수 없지만, 러시아군이 사기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확인했다. 에벌린 파카스 전 펜타곤 러시아·우크라이나 부문 차관보는 "특히 군인들이 왜 싸워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금 수준의 사상자는 단결력과 사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등장한 러시아군 포로들은 이 같은 미국 측 주장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맥심 체르닉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는 "우리 부대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에서만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줄 알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에 친구나 친척을 둔 많은 동료 군인들이 침공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다른 군인들도 “나치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죽인다는 말을 듣고 참전한 것인데 현실은 그와 달랐다”며 후회의 눈물을 보였다. 세 명의 러시아 공군 포로를 인터뷰한 미국 CNN방송은 “이들은 포로이기 때문에 강제로 기자회견에 참석했거나 말을 꾸며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직접 보기에 협박당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고 전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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