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무 이행했다” vs 美 “제한 둔 적 없다” vs 투자자 “이자 못 받았다”... 진실은?

입력
2022.03.17 08:21
수정
2022.03.17 22:3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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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아노프 러 재무 "우리는 돈 있고, 지불했다"
블룸버그, 관계자 인용 "달러 이자 못 받았다"
美재무부 "5월 말까지 러 상환 금지 안 했다"
'디폴트' 관련 3자 말 엇갈려... '진실게임' 국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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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피하기 위해 1억1,70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1917년 이후 100여 년 만에 맞이하는 디폴트 위기를 벗어나려는 시도인데, 시장은 러시아가 디폴트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기류다. 명령은 있었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이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이유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채권자들에 대한 의무를 잘 이행했다”고 러시아 국영 언론 러시아투데이(RT)에 말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다만 조건이 달렸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외화로 우리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며 “미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지불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돈을 갖고 있고, 지불을 했다. 이제 공은 미국 측에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로 지급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러시아 재무부는 17일 성명을 통해 "15일 외국환은행에 송금했고, 집행됐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채권 소유자가 달러로 이자를 지급받았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뉴욕 은행 종료시간까지 유럽과 미국의 러시아 채권 보유자가 달러 현금으로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러시아 (은행) 계좌에 루블화로 지급됐는지 여부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접촉한 한 투자자도 이날 오후까지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CNN은 러시아가 지급을 지시한 이자가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동결된 해외 자산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투자자들이 실제로 이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전날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디폴트로 간주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해명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재무부 당국자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재무부는 최소한 5월 말까지 러시아의 달러 부채 상환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무부의 지침에 따르면, 미국인은 미국 동부 표준시로 5월 25일 오전 12시 1분까지 러시아 연방중앙은행, 러시아 연방국부펀드, 러시아 재무부의 부채 또는 그 이자, 배당금, 만기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이 기한 이후 미국인이 러시아 관련 지급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특별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자를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이자 수취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누군가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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