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 수상자 스티글리츠 "유럽, 러시아 원유·가스 불매하라" 촉구

입력
2022.03.16 17:30
수정
2022.03.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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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 낮출 것"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월드이코노믹포럼 홈페이지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월드이코노믹포럼 홈페이지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대러 제재의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며 유럽에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구매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5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은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약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연일 대러 제재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도 EU와 영국은 러시아산 철강 제품 수입 금지와 러시아 국영 회사와의 거래 금지 등을 포함한 4차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EU는 이미 러시아산 원유ㆍ가스 수입 금지를 시작한 미국과 달리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관련 제재에는 주저하고 있다. 8일 미국이 러시아산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EU는 마지못해 연말까지 수입량을 줄여 나가겠다고 밝힌 정도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의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는 각각 33%와 38%에 달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압박(원유 증산)하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제재를 완화해 석유를 수입하면 된다"고 러시아산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 제재의 성공 여부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점진적 제재에는 적응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원자재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과한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관점에서 물가 상승은 문제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세상에선 오히려 높은 물가 상승률이 경제 변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러 제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내 여론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러시아 시민들과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공격 수위를 낮추거나 전쟁을 종식하라고 압박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러시아에서 이뤄지는) 엄청난 가짜뉴스 프로파간다(선동 선전)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제재의 책임을 서방에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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