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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태생 우크라 국민작가 쿠르코프 “러시아어로 말하기 부끄럽다”

입력
2022.03.16 17:00
수정
2022.03.16 2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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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우울' 등 쓴 세계적 작가 日 신문 기고
러 태생 "러시아어로 쓰지만 러시아 부끄러워"
전쟁이 삶의 일부가 된 우크라인 생활 전해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매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매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나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민족적으로도 러시아계다. 나의 모국어는 러시아어고, 지금까지 소설도 러시아어로 써왔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 분쟁이 시작된 후 거리에서 러시아어로 말하기가 부끄러워졌다.”

일본 아사히신문 16일자에 실린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기고문 일부다. 그는 “러시아어가 아니라 러시아라는 나라가 부끄럽다”며 “예전에는 문명적이고 문화적인 나라였는데, 지금 러시아는 러시아어를 쓰는 러시아계 사람마저 살해하고 있다”고 격정적으로 써내려갔다. 1961년 옛 소련의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가족과 키이우로 이주했다. 대표작 '펭귄의 우울'을 비롯해 20권 가까운 소설을 러시아어로 집필했지만 정작 러시아에서는 출판을 금지 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는 각국 언론·학계와의 인터뷰나 트위터를 통해 현지의 참상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기고도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 대표작으로 '펭귄의 우울' 등이 있다. 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 대표작으로 '펭귄의 우울' 등이 있다. 위키피디아


그는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독립과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 항복하지도 않는다. 그건 러시아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현지의 항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전쟁은 나와 우크라이나인의 삶의 일부가 됐다”면서 전쟁으로 파괴되는 현장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전했다.

마을 주민들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채소밭에서 키운 감자를 나눠주는 사람, 집을 지키며 각국의 출판인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키이우 시민들은 지하철이나 방공호로 이동해 지하에서 교류한다. 아이들은 여기서 친구를 사귄다. 요가와 명상을 좋아해 평온하던 형이 “아내와 키이우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고백한 뒤 탈출을 고민 중인 모습도 전했다. 키이우에 머무는 게 불안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러시아군에 공격 당할 위험도 두려운 것이다.

“몇 명이 목숨을 잃었는지 전쟁이 끝나면 밝혀질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그때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편안한 나날이 다시 시작될 때를…” 그는 아직은 잡히지 않는 '희망'을 그리면서 글을 맺었다.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무라카미 라디오'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무라카미 라디오'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무라카미는 반전을 주제로 한 라디오 방송을 오는 18일 오후 11시부터 55분간 진행한다고 도쿄FM이 밝혔다.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10개의 외국곡을 선정해 직접 번역한 가사 내용과 시대적 배경을 소개하고 전쟁 중지를 호소한다. 담당 프로듀서는 “해외에서도 반향이 큰 무라카미의 선곡과 메시지가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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