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독대한다. 15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고 사면을 검토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국민 통합이 아닌 또 다른 국론 분열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일회적 사면보다 국민 화합에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정치보복 없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보수층과 윤 당선인이 요구해 온 일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줄곧 60% 정도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보다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100억 원 넘는 뇌물 수수와 300억 원대 비자금 횡령 등 직접 거액을 챙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상 용납이 어려운데 이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힌 적도 없다. 사면이 용서와 화합의 계기가 되려면 이 전 대통령이 부끄러운 범죄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수감시킨 것을 자기 손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여야 대립과 진보·보수 간 갈등을 완화하는 의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악화한 정치 양극화가 사면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치보복의 악습을 끊는 여야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이 이 전 대통령의 보복성 수사에서 비롯됐고 이 전 대통령 수사가 그 되갚기로 여겨지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적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 모두 수사선상에 올랐고 공공연히 ‘적폐 수사’가 언급됐다. 애초에 보복성 수사로 진영 간 적대감을 쌓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남용 논란이 많은 대통령 사면권은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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