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장 셧다운 장기화…고민 깊어지는 현대차

입력
2022.03.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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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러시아 공장 셧다운...1만대 생산 차질 빚어
러시아, 해외기업 영업중단 하면 시설 국유화 추진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의 오흐티르카에 있는 화력발전소가 러시아군 포격을 받은 뒤 폐허로 변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의 오흐티르카에 있는 화력발전소가 러시아군 포격을 받은 뒤 폐허로 변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현지 공장의 가동 중단(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자동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러시아가 한국을 비롯한 비우호국가 해외기업들의 자국 내 영업 활동 중단시 해당 시설을 국유화하겠다고 밝혀, 현지 생산 거점조차 잃을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 입장에선 공장 가동을 재개할 경우 돌아오게 될 후폭풍도 부담이다.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셧다운된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이달 내 가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현대차 쏠라리스, 크레타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한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에서의 러시아 비중은 5.3% 정도이다. 하지만 지난해 현지 판매량은 37만7,574대(시장 점유율 23%)로, 3위에 마크되면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주 동안 공장 셧다운으로 이미 1만 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달에도 공장 재가동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차에선 러시아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의 이유로 차량용 반도체 등 전반적인 부품 수급 문제 때문이란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장을 돌려봐야 실익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현지에서 차량을 팔수록 밑지는 장사인 데다, 현지 생산 재개 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루블화 폭락으로 현지 차량 가격을 2배 이상 높여야 하는데 그럼 팔리겠느냐”며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을 살리자고 미국, 유럽 시장과 등질 수도 없다”고 전했다.

시각물_현대차·기아 러시아 판매 실적

시각물_현대차·기아 러시아 판매 실적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기도 답답하다.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은 지난 7일 탈(脫) 러시아 외국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가 기업이 영업 활동을 중단할 경우, 자국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5일 안에 러시아에서 사업을 재개하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탈 러시아 외국기업 명단엔 폭스바겐과 포르쉐, 도요타 등 59개 업체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가 이 명단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이 비우호국가에 포함된 만큼 러시아의 타깃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재가동에 중심을 두면서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러시아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2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현대차에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현재로선 현대차가 서방과 러시아 쪽 어디에도 밉보이지 않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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