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직원의 기습 반전 시위

입력
2022.03.15 15:00
수정
2022.03.16 01: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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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는 해당 방송사 편집자로 알려져
가짜뉴스 유포·불안 조장 혐의로 처벌 위험
"용기 내줘 고맙다" 지지 물결

14일 러시아 국영TV 채널1 뉴스 방송 중 한 여성이 러시아어와 영어로 "전쟁을 중단하라"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난입했다. 이 여성은 해당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채널1 뉴스 방송 캡처

14일 러시아 국영TV 채널1 뉴스 방송 중 한 여성이 러시아어와 영어로 "전쟁을 중단하라"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난입했다. 이 여성은 해당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채널1 뉴스 방송 캡처

러시아의 국영TV 뉴스 방송 중 이 방송국 직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문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처벌 위험을 감수한 용기 있는 행동에 전 세계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9시 30분쯤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방송 중 한 여성이 러시아어와 영어로 적은 종이를 들고 진행자 뒤로 난입했다. 이 종이에는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믿지 마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방송은 여성이 나타난 지 5초 만에 자료화면으로 넘어갔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기습 시위를 한 여성은 해당 방송사 직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다. 그는 시위 전 촬영한 영상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임을 알리며 러시아 정부에 전쟁 중단 등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은 범죄"라며 "최근 몇 년간 채널1에서 근무하며 크렘린 프로파간다를 퍼뜨린 것과 러시아 사람들을 좀비화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시청자들에게 "우리만이 이 광기를 막을 수 있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해당 영상은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를 통해 공개됐다.

시위 직후 체포된 오브샤니코바는 이튿날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법정에 출두했다. 그의 변호인들은 러시아군에 관한 ‘가짜뉴스’ 유포와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적용되면 최고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는 그를 향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브샤니코바의 페이스북에는 러시아어로 "당신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등의 응원 댓글이 수만 개씩 달렸다. 각국 정상들도 감사를 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메시지에서 "가짜뉴스와 싸우는 러시아인들에게 고맙다"며 "특히 반전 포스터를 들고 채널1 스튜디오에 들어갔던 여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제안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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