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옥죄고, 유럽 챙기고’ 러시아 우회 압박하는 美…인도·이란 외교 구멍은 여전

입력
2022.03.15 16:00
수정
2022.03.15 22:4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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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설리번-양제츠, 로마서 7시간 회담
바이든 대통령 24일 유럽 방문 가능성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스푸트니크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스푸트니크 연합뉴스

중국의 러시아 군사·경제 지원설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7시간 담판을 벌였다. 중국은 관련 내용을 부인했고, 회담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유럽을 직접 방문하기로 하는 등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안팎에서 최대한 지원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옥죄고 유럽은 챙기면서 러시아를 여러 방향에서 압박하는 식이다. 물론 인도와 이란 등이 미국의 러시아 포위망에 구멍을 내면서 쉽지만은 않은 여건도 연출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났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의 화상회담 이후부터 양측이 조율해왔던 만남이지만 개최 시점이 공교로웠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중국에 지원을 요청해 중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미국이 중국에 공개 경고장을 던진 직후 회담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미중 양측은) 미중관계의 전방위적 문제를 다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지금 이 시기에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며 설리번 보좌관도 회담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가 전달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이나 (경제) 제재를 위반하는 다른 지원을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공방이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측도 회담 후 대만, 홍콩, 신장, 티베트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꼽았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이날 양 정치국원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을 묵인하고 지원하는 모든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 속 중국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미중 갈등의 근본 원인인 대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가 중국에 지대공미사일, 드론, 정보 관련 장비, 장갑차, 물류 및 지원용 차량 등 5가지 종류 장비를 요청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와 전투식량도 지원 요청 목록에 있었다는 미 CNN 보도가 나오는 등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의 수입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유럽을 방문, 유럽 지도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직접 협의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오는 24일쯤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를 직접 방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인근 동유럽 국가를 찾거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응원하는 식으로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고민은 여러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對)러 공동전선 구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도와 이란이 대표적이다.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Quad)’에 참여하는 인도는 유엔 특별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인도는 국내 원유 수요 중 80%를 수입하는데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40% 정도 상승하면서 인도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높이려 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약 2~3%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이 8일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금지 계획을 밝힌 뒤 수출 길이 줄어든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가 싸게 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러시아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미국의 골칫거리 이란 역시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 과정에서 이라크 폭격, 러시아와의 외교장관회담 개최 등의 강수를 잇따라 두고 있다. 미국에게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다. 러시아 역시 이란과의 사업 협력은 제재 예외가 적용돼야 한다는 식으로 미국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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