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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는 굴복하지 않는다"…러 점령지서 불붙는 ‘시민불복종운동’

입력
2022.03.15 16:50
수정
2022.03.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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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 주민들, 러시아군 식량·의약품 보급 거부
멜리토폴 시의원 친러 새 시장 '반역죄'로 고소
베르디얀스크, 드니프로루드네 등 소도시도 시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소도시 베르디얀스크 시내 중심가에 지난달 28일 시민들이 모여 러시아 군용 트럭을 향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베르디얀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소도시 베르디얀스크 시내 중심가에 지난달 28일 시민들이 모여 러시아 군용 트럭을 향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베르디얀스크=로이터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는 이미 식량과 의약품 등이 바닥난 지 오래다.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 비었고, 약국과 병원도 문을 닫았다. 러시아군은 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인도주의 호송대’를 헤르손에 투입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절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TV타워를 장악한 러시아군은 보급품에 열광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찍은 ‘선전영상’을 송출하며 주민들을 갈라치기하는 데 혈안이다. 율리야 코발리오바씨는 14일 영국 BBC에 “러시아가 동원한 사람들이 식량을 받고 고마워하는 장면만 TV에 나오고 있다”며 “실상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식량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불복종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처럼 친러시아 세력을 앞세워 손쉽게 지역을 장악하려 한 러시아가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지역 통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은 남부 주요 항구 도시인 멜리토폴과 헤르손이다. 인근 소도시인 베르디얀스크, 드니프로루드네 등도 러시아군의 손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점령지에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출입을 통제하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나치로부터 해방된 것을 축하한다”는 등의 선전연설과 러시아 음악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 또 점령지 관리들을 쫓아내고 친러시아 세력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는 등 괴뢰정부를 앉히고 있다. 실제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폴 시장과 예브헨 마트베예우 드니프로루드네 시장은 러시아군에 잡혀간 뒤 생사가 불명확하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13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헤르손=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13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헤르손=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지방 정부는 러시아에 적극 대항하고 있다. 헤르손 주의회가 투표를 통해 “헤르손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멜리토폴 시의원들이 러시아가 내세운 갈리나 다닐첸코 새 시장을 반역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불복종 시위를 펼치고 있다. 헤르손과 멜리토폴 등에서는 연일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며 러시아 통치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교사 안나 우크라인스카씨는 “주민들 중에는 러시아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사람들은 ‘러시아의 세계’가 ‘빈곤, 폭력, 파괴’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립된 상태에서 저항하다 보니 생필품 부족 등 어려움도 적지 않다.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러시아군의 점령으로 외부와 고립되면서 식량과 의약품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며, 기름과 가스 등 에너지도 고갈됐다”며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단결뿐이다”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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